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사임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스티브 잡스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부각되는 요즘이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가'로 손꼽힌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제품은 '세상에 없던 것'이었으며 그래서 세상을 놀라게 했고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그래픽 사용자환경을 구현하고 마우스를 도입한 컴퓨터 매킨토시를 선보인 이후 아이맥,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출시하는 제품은 세상의 기준이 됐으며 수없이 많은 아류를 양산했다. 정보기술(IT)산업의 지형을 바꿨으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그래서 탐험가형 기업가에 속한다.
탐험가형 기업가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exploration). 소비자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욕구, 선호도, 그리고 변화흐름 등을 제품을 통해 보여주고 끄집어내고 충족시킨다. 탐험가형 기업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현상과 정보 속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읽어내며 그것을 조합하고 시각화함으로써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패턴이 어떻게 그의 눈에는 보이는지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관리자형 기업가는 가야 할 길이 정해지면 빠르게, 효율적으로 실행한다(exploitation). 새로운 제품의 콘셉트가 정해지고 그 콘셉트에 맞는 제품이 형상화되면 그 이후에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원료구매, 생산관리, 마케팅 그리고 영업 등의 가치사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용을 최대한 낮추면서도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관리의 귀재들이 추구하는 목표다. 20세기 경영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으며 한 세기에 걸쳐 몰두했던 개념이었다.
물론 탐험가형 기업가와 관리자형 기업가는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지는 개념은 아니다. 탐험가형 기업가와 관리자형 기업가가 명확하게 구별되는 것도 아니다. 현실에서는 한 사람에게서 두 가지 스타일이 모두 나타나기도 하고, 한 가지 성향이 더 뚜렷한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제품의 성공, 나아가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탐험가형 기업가와 관리자형 기업가가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냥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전형적인 탐험가형 기업가로 판단된다. 그에게는 '관리의 귀재'들이 꼭 필요하다.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팀 쿡은 '관리의 천재'로 평가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의 콘셉트를 제시하면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역할을 했다면 팀 쿡은 획기적인 구매관리(SCM) 등을 통해 비용을 낮추면서도 신속하게,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조합'이 좋았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팀 쿡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과연 팀 쿡의 애플은 어떻게 될 것인가.
팀 쿡은 "잡스는 전 세계 어느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문화를 만들었으며,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DNA"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애플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을 달랬다. 잡스의 '창조성' '탐험가적 기질'을 '조직문화' 또는 '시스템'으로 대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면 후계자 팀 쿡에게 달려 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팀 쿡이 두 가지 능력을 조화롭게 보유하고 있는 것이고 차선의 상황은 탐험가적 능력을 가진 리더가 팀 쿡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팀 쿡이 CEO인 만큼 그에게 탐험가적 능력도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다. 스티브 잡스가 '포스트 잡스'를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지켜볼 차례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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