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의 해묵은 주류와 비주류 간의 갈등이 재현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싸고 손학규 대표와 천정배 최고위원이 정면충돌한 것. 보선 전략이 엇갈리면서 계파 갈등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손 대표다. 그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천 최고위원을 공개적으로 만류했다. 특히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겸손"이라며 "다른 야당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중한 당내 절차를 거쳐 서울시민이 지지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후보, 민주진보진영의 통합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석 하나를 잃는데 따른 부담을 내세웠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를 선언하기 전에 천 최고위원이 출마를 선언하고 의원직을 버리겠다고 배수진을 친 데 대해 당 안팎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출마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맞춰 호흡을 조절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야원통합 가능성을 점치는 첫 무대라는 점에서 천 최고위원의 사퇴가 다른 야당이나 통합의 한 축을 맡아온 시민사회와의 '논의의 장'을 차단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하지만 비주류 측은 선거가 코앞인데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필승의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패배 요인도 흥행 없는 경선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천 최고위원은 "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우물쭈물 후보를 만들어서 나가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직에 다시 도전한다 해도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주류는 손 대표가 외부영입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야권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 쪽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위원을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손 대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당내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처음부터 민주당에 후보가 10여명으로 난립하자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쓴 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며 "무엇보다 지금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태로 진보진영의 위기인데 지도부 회의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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