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이번주 발표될 경제지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허리케인 '아이린'도 주초 증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뉴욕증시가 급반등하며 상승반전에 성공했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데드캣 바운스'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급락 후의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표 부진이 역으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도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6일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남겨놓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난 FOMC에서도,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도 버냉키가 더 이상 내놓을 대책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시간만 끌고 있다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금 가격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여전히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안한 상황에서 기다림의 시간은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게 된다는 점은 지난주 반등 추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주 다우와 S&P500 지수는 각각 4.32%, 4.74% 올랐다. 5주만에 상승반전했고 상승률도 7월 초 5.43%, 5.61% 이후 8주만에 최대였다. 나스닥 지수도 5.89% 급등했다.
◆ 주초에는 '아이린'이 화두
이번 주 투자자들은 주초 허리케인 아이린의 영향에 주목하고, 주 후반에는 제조업 경기와 고용시장 동향을 확인해야 한다. 아이린이 큰 피해 없이 지나간다면 오히려 소멸 후 재해 복구 등으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부담이 될 변수임에는 틀림 없다.
젠센 포트폴리오의 롭 매클레버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이린이 동부 해안 지역 경제를 분열시킬 수 있다"며 "과거 경험상 이전 기상 이벤트 단기적으로 경제를 파괴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린의 영향으로 인해 유가가 가파르게 오른다면 소비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아이린 피해와 관련해서는 올스테이트, 트래블러스 등 보험업체 주가 동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뉴저지, 뉴햄프셔, 노스캐롤리아 등 10개 주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주민 대피 명령을 내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이린은 1985년 글로리아 이후 뉴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허리케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일부 거래소는 현재 월요일 변함없이 개장한다는 입장이지만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자리 감소 전망도
이번주 발표될 경제지표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허리케인급이다.
우선 최대 관심사인 노동부 고용지표(2일)의 경우 고용 둔화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 개수 예상치는 7만5000개다. 브리핑닷컴도 7만5000개로 예상했다. 로이터는 8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반면 마켓워치는 좀더 비관적인 5만5000개 증가를 예상했다. 모두 7월에는 11만7000개에 비해서는 고용 둔화를 예상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60년대 이후 주가가 4주만에 10% 이상 하락한 13차례의 경우에서 9번 일자리 감소가 나타났다며 이를 감안하면 8월 일자리가 줄어들 확률이 70%라고 분석했다. 노무라 증권도 8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5000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월 일자리가 감소하면 지난해 2월 이후 첫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실업률은 9.1%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9.0%로 하락을 예상하고 있는데 구직 포기자가 늘어난데 따른 것일 뿐, 고용 개선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도쿄 미쓰비시 UFJ 은행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매달 약 15만개의 일자리 증가는 1년간 실업률은 약 0.5%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실업률 하락을 위해서는 2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버냉키, 이번주 지표 확인후 결심할듯
고용지표 부진은 역으로 주가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9월 FOMC에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추가 양적완화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 성장이 실업률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부족하다며 경기 둔화를 인정했다.
버냉키 의장은 당초 하루짜리였던 9월 FOMC 일정도 이틀로 늘렸다. 통상 1년에 여덟 번 열리는 FOMC에서 하루짜리와 이틀짜리가 각각 4번씩 있지만 버냉키 의장은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극심했던 지난 2009년에도 여덟 차례의 FOMC를 모두 이틀 일정으로 진행한 바 있다.
버냉키가 뭔가 결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버냉키가 9월 FOMC를 기다려달라고 한 것은 하반기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는 그가 8월 지표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미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놓고 있는 버냉키 의장이 8월 고용지표를 확인한 후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8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심리지수와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는 월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급락해 버냉키 의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버냉키 의장은 이번주 공개될 지표 중 컨퍼런스 보드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30일)와 8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1일)에도 주목할 수 있다. 월가는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락하고 ISM 제조업 지수 역시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점인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0 이하는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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