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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의 육상톡톡]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는 남자였다


1980년12월4일 미국 클리블랜드의 한 할인점 주차장에서 권총 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에 말려들어 스텔라 월슈라는 노파가 사망했다. 폴란드계 이민자인 이 할머니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100m에서 11초9의 세계타이기록으로 금메달을 따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11초7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무려 11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세운 여자단거리의 전설적인 영웅이었다.


변사사건이었기 때문에 스텔라의 시체는 검시를 받아야만 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스텔라는 흠잡을데 없는 완전한 남성이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여자 멀리뛰기에서 4위를 차지한 독일의 도라 란첸 역시 훗날 남자였음이 밝혀졌다. 독재자 히틀러가 이끌던 나치 독일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여자처럼 예쁘장한 란첸을 여자선수로 위장해 출전시켰던 것으로 풀이된다.


1960년대 들어 국제경기대회 여자부에 남자처럼 보이는 여자선수들이 출전해 입상하게 되자 “저 남자같은 선수가 진짜 여자인지 가려내라”는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 가운데 일명 '섹스 체크'에 걸린 선수는 폴란드의 에바 크로브코프스카다. 에바는 1964년 도쿄올림픽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고 100m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1967년 섹스 체크에서 “여성이 아니다”는 판정이 내려져 실격당하고 말았다.


성별을 가려내기 위해 처음에는 발가벗기거나 부인과 전문의가 일일이 살펴보는, 인격을 무시한 듯한 검사 방법들이 사용됐으나 강력한 반발이 일자 입 안의 점막에서 채취한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이 계발됐다. 염색체에 의한 검사도 완전치는 않아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추가정밀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었다. 최근에는 선수들에게 부담이 덜 되는 모발 검사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섹스 체크가 필요하게 된 배경에는 동서 냉전시절 공산국가에서 국위선양을 위해 사실은 남성인데도 겉보기에 여성다움을 지닌 선수를 국제경기대회 여자부에 내보낸 경우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또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해서 여자선수로 출전하는 것도 막아야한다. 태어나면서 골격과 근육 그리고 체력 등 생리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겨룬다는 것은 여성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해 스포츠맨십에도 어긋난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북한은 선수단을 도쿄에 파견했으나 IOC가 승인하지 않은 가네포(GANEFO·신생국 경기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할수 없다고 통보하자 선수단 전원을 철수시켰다.


북한 선수단 가운데는 당시 여자육상 중거리의 세계적인 선수 신금단도 있었다. 북한 선수단이 철수하기 직전 신금단은 남한에 넘어와 있던 아버지 신문준을 도쿄에서 잠깐 만나 분단 국가의 서러움을 전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이 신금단도 남성일 것이라는 주장이 꽤 뿌리깊었으며 실제로 아버지 신문준은 신금단이 어렸을때 사타구니 양쪽에 작은 고환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섹스체크가 시작된 이후 신금단은 국제무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에는 상위 입상자만 체크를 했으나 요즘은 선수 전원이 경기 전 검사를 받는다. 상위 입상한 뒤 여성이 아니라고 보도되면 해당 선수의 존엄성이 크게 손상되기 때문에 미리 전 선수를 검사한 뒤 여성이 아님이 밝혀지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에 기권했다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 한차례만 체크를 통과하면 다음 대회부터는 검사가 면제된다. 따라서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의 2연패를 노리는 남아공의 세메냐도 남성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지만 이미 IAAF(국제육상경기연맹)가 검사 끝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으니 마음 높고 달릴 수 있는 셈이다.

고두현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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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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