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D-1]진보-보수 진영, 고발·고소 난무 후유증 심각
[아시아경제 이영규 기자, 이은정 기자, 정선은 기자]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과열되면서 무상급식 방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묻는 본래 취지가 온데간데 없어졌다. 과열ㆍ혼탁, 탈불법 논란으로 주민투표 결과가 가져올 후유증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투표 이후에도 무상급식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시의회 간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여전하다.
◇주민투표 과열…고소ㆍ고발 난무= 이번 주민투표는 진보ㆍ보수 진영 시민단체간 고소ㆍ고발전으로 이미 진흙탕 양상을 보여온 만큼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주민투표 기간 서울시의 단계적 급식을 찬성하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주민투표법 제21조 제2항 공무원이 투표운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규정을 곽 교육감이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맞서 전면 무상급식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인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는 오세훈 서울 시장과 투표참가운동본부 등을 고발했다. 역시 공무원이 투표운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규정을 어겼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또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부 가운데 14만건이 불법 서명으로 확인된 점 등도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는 22일에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오 시장을 주민투표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불법 선거 운동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선관위는 자원봉사자에게 식사비로 4만원을 건넨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고발했다. 또 교사와 학부모 에게 투표 불참을 유도하는 이메일을 보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사내 통신망에 주민투표 참여 독려 글을 올린 귀뚜라미그룹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주민투표가 과열되면서 분열 양상 역시 심화되는 모습이다. 보수성향의 대형교회 9곳이 주민투표 독려에 나선가 하면 불교ㆍ가톨릭ㆍ원불교 등 범종교인연합은 투표 거부를 선언했다.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도 진보와 보수로 갈려 투표 거부와 참여 운동을 각각 벌이고 있다.
◇ 김문수式 해법, 새삼 주목= 이런 가운데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린 서울시와는 달리 경기도교육청ㆍ경기도의회와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며 대결보다는 상생의 길을 택한 김문수 지사의 해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지난해 6ㆍ2 지방선거후 무상급식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 교육청간 힘겨루기가 계속돼 왔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시ㆍ도의회와 시ㆍ도교육청은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두 개의 권력이 형성됐다. 하지만 이같은 실타래처럼 얽힌 두 자치단체의 '무상급식'에 대한 해법은 너무도 달랐다.
오 시장은 서울시교육청ㆍ서울시의회와 정면 충돌까지 불사하며 주민투표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에 반해 김지사는 민선 4기와 5기를 거치면서 1년6개월 동안 지루하게 진행됐던 소모적 논쟁을 뒤로 하고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의회가 한 발짝 물러서면서 새로운 타협점을 찾았다.
김 지사는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에 최대한 협조하고,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도 무상급식에 대한 '완전한 예산'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친환경 급식에 대한 예산을 초기 50억 원에서 400억 원, 다시 610억 원까지 늘리면서 명분을 확보했다.
이로써 김 지사는 자신의 공약사항이었던 친환경 급식이란 '대의'를 챙겼으며, 친환경 급식 지원금을 늘려줌으로써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와의 절묘한 타협점 찾는데 성공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김 지사는 '대인배' 등으로 칭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이은정 기자 mybang21@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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