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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만 받아먹다…비실비실해진 제약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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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산업의 생사고락은 세 글자 단어 하나에 압축돼 있다. '복제약'. 한국 제약산업을 성장시킨 동력이자 함정이고 식량이며 장애물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신약개발국으로 올라선 원천이 바로 복제약이다. 동시에 400여개 제약회사가 난립하며 110년 역사에 1조원 매출기업 하나 없는 이유도 같다. 이제 그 애증관계를 청산하라는 통지서가 배달됐다. 초유의 약가인하 대책이 가져다 줄 불안한 미래, 그 앞에서 떨고 있는 제약산업의 실체와 앞날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복제약만 받아먹다…비실비실해진 제약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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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보건복지부는 복제약을 포함한 대다수 의약품 가격을 내년부터 평균 17% 낮추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연간 건강보험 지출액은 약 2조 1000억원이다. 지난해 지출총액 43조원의 5%에 달한다.

절감액은 고스란히 제약회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15조 의약품 시장의 14%가 날아가는 셈이다. 우리나라 1∼3위 제약사 3곳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과도 같다.


한국 의약품 시장의 최근 성장률이 연 6%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산업 시계를 최소 2∼3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제품 가격 하락은 수익률 악화로 이어져 신약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차질이 생길 것이라 제약업계는 우려한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8만명 업계 종사자 중 4분의 1을 구조조정해야 할 것이라는 앓는 소리도 나온다.

보험약가는 정부가 정한 가격을 제약사가 동의해 결정된 일종의 '납품단가'다. 사기업인 제약사에겐 중요한 재산이며 원가를 조절하고 미래를 예측할 기반이다. 국민의 보험료를 대신 집행하는 복지부에게 보험약가를 조정할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선 '슈퍼갑'의 부당한 횡포로 보일 수 있다.

복제약만 받아먹다…비실비실해진 제약업계


◆안전하지만 대박은 없는 시장


우리나라 복제약 가격은 비싸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엇갈리는 해석이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0% 정도 높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가격은 정부가 정했다. 1999년 의약분업 때 소위 '계단식'이란 복제약 가격 결정 방식을 만들었다. 제약사들에게 높은 납품단가를 보장해 신약개발 자금 마련을 도와주고 저렴한 복제약 사용을 증진하려는 취지였다.


제약사들은 크게 호응했다. 하지만 불투명하고 위험한 신약개발보다는 손쉬운 복제약 판매에 열을 올렸다. 1999년 당시 60%던 전문의약품 비중은 수년 만에 80%로 상승했다.


진입장벽도 낮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약을 만들 수 있었고 신청만 하면 보험의약품 목록에 올려줬다. 영세기업의 생존을 담보해준 꼴"이라고 말했다.


망하는 회사가 없으니 플레이어는 늘어만 갔고 품질차이가 없는 복제약 경쟁은 치열해졌다. 연구개발(R&D) 자금으로 사용됐어야 할 돈은 리베이트로 흘렀다. 상위사ㆍ하위사 가릴 것 없이 의사와 병원에 돈을 뿌렸다.


상황이 이러니 개별 제약사들의 수익률은 타 산업에 비해 좋은 편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업계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의 매출은 8648억원(재계 순위 361위), 5000억원 이상이 5곳에 불과할 정도로 산업은 하향평준화 됐다.

복제약만 받아먹다…비실비실해진 제약업계


◆리베이트 함정 속 '규모의 경제' 못 이뤄


산업진흥책이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 셈이다. 김양균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 교수는 "내수 시장에 의존하다보니 큰 수익을 낼 수 없고, 이는 다시 세계적 빅히트 제품을 개발할 만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며 "이 구조를 끊고 산업을 올바르게 이끌 정부 정책도 전무했다"고 말했다.

복제약만 받아먹다…비실비실해진 제약업계


글로벌 제약사의 요건은 세계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신약을 보유했느냐다. 110년 국내 제약산업 역사 속에 이런 신약은 아직 1개도 나오지 못했다. 물론 복제약 판매로 몸집을 키운 제약사 중 일부가 신약개발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빠른 경우 1980년대부터 움직였다. 하지만 여전히 복제약이 문제였다.


신약개발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만 매출 대부분을 복제약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리베이트는 연구개발의 원동력을 갉아먹었다. 자금이 리베이트와 R&D 비용으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지출비율은 선진 제약사의 30%에 불과하다.

복제약만 받아먹다…비실비실해진 제약업계


400개 제약회사가 1년에 평균 신약 1개를 개발했다. 그마저도 경험과 자금, 능력부족으로 변변치 못한 실패작이 대다수다. 총 17개 신약이 개발됐는데 이들의 매출액을 합해도 연간 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제약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1.3%를 차지하는 작은 규모에 머물러 있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보니 정부가 통제하는 데 부담이 적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서 건강보험 적자를 해결하려는 정부에게 이런 약점은 매우 좋은 빌미가 됐다. 재정절감을 위한 다소 억지스런 작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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