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분석 체계 개발' 보고서를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에 포함된 39개국의 삶의 질, 성장 동력, 인프라, 환경 등 4개 항목에 대한 국가별 경쟁력 순위를 산출한 것이다. 결과는 실망스럽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환경은 14위, 성장 동력과 인프라는 각각 17위와 19위에 그쳤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삶의 질이다. 27위로 바닥권에 가깝다. 2000년 기준으로도 27위였다. 수명(20위), 사회지출(31위), 보건(28위), 사회적 안전(26위), 경제적 안전(29위), 분배(23위), 빈곤( 24위) 등 삶의 질 지표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 대부분이 중간치 이하이거나 하위권이다. 국내총생산(GDP)이나 교역 규모로 볼 때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인데도 삶의 질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는 얘기다.
경제 규모가 8년 사이 크게 성장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증대됐으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정도 소득이 증가하면 그 후로는 행복도가 꼭 소득 증가에 비례해 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의 소득이 일류 선진국 수준에 올라선 것도 아니다. 삶의 질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분명 무언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을 둘러싼 환경과 정책 방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삶의 질 평가에서 한국의 순위를 크게 낮춘 분야다. 분배와 빈곤이다. 분배는 2000년 12위에서 2008년 23위로 11단계나 후퇴했다. 빈곤도 19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배 구조를 개선해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나라의 발전 전략을 성장 일변도에서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 일자리 창출, 물가 및 전ㆍ월셋값 안정,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그런 것들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도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급한 과제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전의 양 못지않게 발전의 질이 중요하다"며 '공생발전'을 강조했다. 구호가 아닌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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