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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은행 본분 망각한 가계대출 중단

시계아이콘01분 00초 소요

농협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일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단 조치는 금융당국의 서투른 일 처리와 고객을 볼모로 시위에 나선 은행권의 합작품이다.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한도 내에서 관리하라고 압박하자 은행들이 이달 대출영업을 그만하겠다고 선언했다. 우격다짐의 관치에 익숙한 당국 지시에 받을 이자 다 받는 대출을 혜택주는 것처럼 여기는 은행들이 반기를 드는 바람에 애꿎은 고객만 골탕을 먹고 있다.


은행대출이 막히자 벌써 돈이 급한 고객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제2금융권을 찾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마저 어려우면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을 기웃거릴 게다. 더구나 지금은 2학기 대학등록금 납부 시기다. 어제 발표된 전ㆍ월세 대책과도 엇박자다. 결과적으로 섣부른 가계대출 중단은 가계부채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가계의 금리 부담을 크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달의 0.6% 이하로 맞추도록 주문한 것은 너무 획일적이다. 무리하게 증가 속도를 제한하는 등 목표를 정해 독려하기보다 좀 더 유연하게 줄여나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런 식의 충격요법을 쓰다가는 주택시장과 내수 등 실물경제에 주름을 지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총량을 규제했다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바람에 '읽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혹독한 불황을 겪었다.


다른 금융회사보다 중요하다고 해 제1금융권으로 불리는 은행들이 대출 중단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혼란을 예상하면서도 강경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은 본분을 망각한 '배 째라'식 행동이다. 급증한 대학생 대출 실태조사를 근거로 자제를 당부하자 아예 대학생 대출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부업체와 다를 게 무언가. 그렇지 않아도 높은 예대마진에 비싼 수수료 장사로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터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억제는 맞는 방향이다.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면서 가계대출 잔액을 조금씩 줄여나가야지 신규 대출 전격 중단과 같은 조치는 스스로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는 꼴이다. 은행들이 심사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선진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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