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업계간의 기름값 전쟁이 진정 내지 휴전은커녕 확전되는 양상이다. 기름값 안정에 나홀로 총대를 멘 최 장관은 정유사와 주유소를 타깃으로 가격인하와 대안주유소 설립, 석유수입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이번에는 원가공개의 근거가 되는 입출하 단가를 공개토록 법제화했다.
17일 지경부가 입법예고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시행령개정안'에 따르면 정유사 등 석유정제업자는 대리점, 주유소 등 판매 대상별로 공급한 석유제품 가격을 주간 및 월간 단위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www.opinet.co.kr)'에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정유사는 도매상인 대리점과 일반 주유소를 가리지 않고 총 공급가격만 공개했기 때문에 유통 단계별 마진이 드러나지 않았다.
지경부는 이번 조치로 석유제품 유통시장의 마진 구조가 드러나 결국 기름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SK에너지의 경우 대리점의 70% 가량을 SK네트웍스가 담당하고 있다. SK에너지가 대리점에 공급한 가격을 공개하면 SK네트웍스의 도입단가를 추정할 수 있고 SK네트웍스의 유통 마진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석유 유통시장에서 SK네트웍스 대리점의 비중은 35%에 달한다. 지경부는 이와 함께 석유 정제업자, 석유 수출입업자, 일반 대리점, 주유소 등이 매월 한 차례 작성하는 거래 수급상황 기록부의 내용에 입출하 단가를 추가하는 내용의 시행규칙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유통 단계별 거래 정보를 체계적으로 확보ㆍ관리해 가격 상승요인을 분석하고 유통 효율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지경부는 이번 개정안이 지난 4월 민관 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가 마련한 '석유시장의투명성 제고 및 경쟁촉진방안'의 후속 조치라고 했지만 이전에도 추진했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석대법은 석유사업자에 대한 등록과 각종 처벌요건 등을 담고 있는 법률로서 개정안이 나올때마다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이어졌다.
대리점공급가격공개도 예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나 업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번번히 무산된바 있다. 이번에도 정유업계는 "정유사-대리점-주유서의 모든 유통단계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관치경제"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장관이 1월 취임후 7개월여간 벌여온 기름값 낮추기의 추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 장관은 취임직후부터 최근까지"회계사 출신인 내가 정유사 이익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정유사가 성의표시라도 해야된다" "기름값 비싼 주유소 500곳 표본조사" 등 강행군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정유사는 한시적으로 기름값을 L당 100원 낮췄고 정부는 정유사,주유소 가격분석과 사회적기업 형태의 공익형 주유소(대안주유소), 환경품질 기준을 낮춰 해외에서의 저렴한 석유수입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기름값은 다시 올랐고 대안주유소, 석유수입활성화 모두 당장의 대책은 못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최 장관이 거침없고 공격적인 발언으로 압박하지만 정작 기름값 안정의 확실한 정부의 유류세,원유수입관세 인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세금인하의 성의표시를 한다면 정유사를 더욱 압박하거나 자발적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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