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재래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재정비된 건물이라도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재입점을 희망하는 기존 상인들은 보호대책은 미진한 채 대형마트를 들여온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서태환 부장판사)는 17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재래시장을 운영하는 삼양시장주식회사가 롯데마트 입점 포함 대규모 점포개설 등록신청에 대한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며 강북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로써 재정비사업이 완료된 삼양시장에 롯데쇼핑의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시장정비사업은 노후화되어 개ㆍ보수가 필요한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비사업"이라며 "대규모 점포의 개설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의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각 명목의 취지와 요건을 구분했다. 재판부는 이어 "신청자가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기준에 적합할 때에는 당연히 등록을 받아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입점상인 보호대책을 수립ㆍ이행하는 것이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 점포의 개설등록 요건이라 하더라도 삼양시장은 상인들에 대한 이주비용 지원 및 임대보증금ㆍ임대료를 각 20~30% 할인해주기로 하는 등 입점상인 보호대책을 모두 이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삼양시장은 2009년 4월 재래시장정비계획을 내 사업승인을 받은 뒤 기존 시장부지에 지하2층, 지상5층 규모 새 건물을 짓고 이 가운데 2개층에 롯데마트를 입점시키기로 하는 점포등록 신청을 냈으나, 관할 강북구청이 "재래시장 정비를 위한 신축건물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것은 관련법인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취지에 반한다"며 이를 반려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삼양시장은 재래시장 재정비사업 시행과정에서부터 롯데쇼핑에게 공사가 완료되면 신축건물 2개층을 임대하되 임대차 보증금 및 1년분 차임으로 전환해주는 조건으로 4차례에 걸쳐 207억여원을 미리 지원받아 사업을 완료했다.
판결이 선고되자 조규흥 삼양시장 상인협회장 등 기존 입점상인들은 "잘못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기존 입점상인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없었다"며 자신들은 "다시 삼양시장에 들어가 장사를 하길 바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서초동 중견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미 사업승인이 결정된 시점에서 재입점 합의가 불발되면 달리 구제할 길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이주대책이 미비했다. 통상 재정비사업을 거치면 분양가ㆍ임대료가 몇 배씩 뛰어오르는 것을 감안해 임대료의 몇%가 아닌 입점권 자체를 조건으로 했어야 실질적인 보호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법령상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의 요건에 기존 상인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 여부가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요건ㆍ절차만 갖추면 재래시장 부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법적 판단이 나와 향후 유통업계에 파장이 점쳐지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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