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4계명, 듣기-칭찬-나눔-소통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직장 내에서 동료와의 갈등 끝에 죽음까지 맞이한다면 어떨까. 삼국지에서 관우의 죽음을 두고 그렇게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형주를 지키던 관우는 적군의 공격을 받고 제갈량에게 원군을 요청하지만 답신이 오기 전에 죽음을 당한다. 호사가들은 관우와 사이가 안 좋았던 제갈량이 관우의 도움을 애써 외면했다며 입방아를 찧었다. 당대 천재 전략가인 제갈량치고는 지나치게 허술한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갈등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동료와의 갈등 관리는 중요하다. 직장인들에게 직장은 가정을 제외하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직장 동료와 갈등을 빚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면 직장 생활 역시 불쾌감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동료와의 갈등은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남자와 여자가 다르듯이 사람 역시 제각각 나름의 성향이 있다. 그러므로 동료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LG경제연구원(연구원 조범상)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은 성격 유형(외향성과 내향성)과 업무 유형(업무 중심형과 관계 중심형)에 따라 크게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성향별 관계맺기 맞춤 전략을 알아본다.
◆'나를 따르라' 주도형=주도형은 불도저와 같다. 일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뚝심 있게 추진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에 주도형이 많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결정을 재빨리 내리고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도형이 제격이다. 이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그 힘으로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고 매번 주어진 상황을 자신이 주도하기를 원한다. 적극성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성향이다. "나는 아직도 승리에 목이 마르다"고 말했던 히딩크 전 축구 국가 대표 감독이나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한 나폴레옹이 주도형 인물들이다.
주도형은 강한 추진력과 거침없는 말투로 동료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직급이 낮을 때는 윗 사람에게 미운 털이 박히거나 부하 직원들에게 '오지랖이 넓다'는 평을 듣기 일쑤다. 조범상 연구원은 "주도형이 지나치면 독단적으로 행동하거나 무모하게 일을 벌려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주도형을 상대할 때는 같이 목소리를 높여봤자 서로 갈등만 깊어진다. 우선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자. 주도형이 주장하는 의견을 모두 들어준 후 조목조목 본인의 생각을 말해도 늦지 않다.
본인이 주도형이라면 일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다양한 방안들을 펼쳐 놓되, 긴급성과 중요성을 기준으로 실행 단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괜히 여기저기 들쑤셔 동료들의 미움을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만능MC유재석' 사교형=사교형은 국민MC 유재석을 떠올리면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낯선 사람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소통에 능한 사람들이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회식 자리를 주도한다. 조직 내 갈등을 중재하고 뛰어난 언변으로 조직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이들이 가진 장점이다.
사교형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만인의 관심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일 중심적이고 내성적인 동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회사는 일하는 공간이지 노는 공간이 아니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사교형을 상대한다면 칭찬과 관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교형은 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이 있어 동료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고 조금만 관심을 보여 줘도 상당히 고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면 의기소침하여 조직 밖으로 겉돌 우려가 있다.
사교형에게는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의 동료가 잘 어울린다. 사교형은 책임감 있게 일을 마무리하는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곁에서 시간 관리나 업무의 세부적인 사항을 점검해 주는 동료가 있다면 팀워크가 잘 발휘될 수 있다. 조 연구원은 "팀원 중 사교형이 있다면 적절한 동료를 붙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지켜보자' 안정형=군대에 가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중간만 해라"는 것이다. 안정형은 이에 딱 부합하는 성향이다. '대세를 따른다'는 말은 안정형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다. 조직에서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거나 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게 안정형이다.
안정형은 일을 만들거나 주도하지 않지만 주어진 일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 우물만 파는 유형'이라 한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 받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팀 성과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짙고, 현상 유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는다.
안정형과 함께 일한다면 동료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안정형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해 나눠주면 안정형은 전체적인 틀에 맞춰 일을 훌륭히 완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은아 커리어케어 과장은 "안정형은 일을 못하는 게 아니고 나서지 않을 뿐"이라며 "주변 동료들이 조금만 이끌어 주면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낸다"고 전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신중형=삼국지의 제갈량은 신중형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출사표를 던지고 떠난 위나라 공략에서 지나치게 정석으로 군대를 몰아 후세 전략가들의 지적을 받았다.
그만큼 신중형은 완벽주의자다.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정석대로 일을 처리한다. 정도를 중시하며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신중형이다.
신중형은 지나치게 세밀한 나머지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고집스럽게 주장해 동료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신중형은 조직 관리자의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개별 업무는 잘 수행하지만 통합적 관점에서 팀 전체의 업무를 두루 이해하고 큰 윤곽을 설계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중형과 일한다면 큰 그림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팀이 수행하는 주요 업무들은 무엇이 있고, 그 업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 어떤 영향들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수시로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
신중형은 자존심과 고집이 세니 실수 혹은 잘못을 깨우쳐 주고자 한다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과장은 "신중형에게 지적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부정적인 내용과 긍정적인 내용을 섞어서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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