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해 '절제된 발언'을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은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한일의 젊은 세대는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한일 양국의 협력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전제가 깔린 발언으로, 방위백서와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일본의 잇딴 독도 도발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입국 강행 등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따른 논란을 고려할 때 비교적 낮은 수위의 발언이다.
최근 독도 문제는 한일간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가 일본 자민당 의원들에 대해 입국을 거부하면서, 이들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8시간 넘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8.15 전후 발간되는 일본의 방위백서에는 올해에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독도를 관할하는 자위대 이름도 명시하면서 "유사시 독도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내년 국제수로기구(IHO, 해도(海圖)의 국제기준을 정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 세계지도 개정판을 앞두고 미국과 영국 등이 우리 영해인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 단독 표기'를 찬성하면서 독도 문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때문에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보다 강도 높은 독도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의 수위가 예상 보다 낮아진 데에는 국내 정치권과 정부가 '강경 모드'에 돌입한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설 경우 독도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자민당 의원 방한 당시 독도에 들어가 직접 경비를 섰고, 지난 13일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동해를 '한국해'로 표기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키자"고 주장했고, 국회 독도특위는 독도에서 회의 개최를 추진 중인데 일본 정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독도 문제에 대한 외교당국의 '조용한 외교'를 비판하며 대응수위를 높일 것을 촉구하면서, 정부도 "국민 정서" 고려해 예년 보다 수위 높은 대응에 나섰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정부가 유엔 가입 이래 동해-일본해 병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것은 일차적 목적일뿐"이라며 "궁극적 목적은 '단독표기'"라고 말했다.
외교 당국은 정치인들의 강경 대응이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외교부 한 당국자는 "20년 전과 비교할 때 지금 독도는 이미 분쟁 지역이 됐다"며 "독도는 우리 영토인 만큼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에 휘말려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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