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입장차 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얼마나 써내야 할 것인가?”
지난 11일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발표로 하이닉스반도체와 관련한 갖가지 루머는 일축됐다. 채권단은 인수 참여기업의 요구를 들어준 대신 참여 기업에게 ‘과감한 배팅’을 요구했다. 기존 15%가 적정하다고 여겼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어떤 기업이 얼마나 더 쳐주느냐가 이번 인수전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K텔레콤과 STX 등 인수전 참여 업체는 이날 유 사장이 언급한 ▲구주는 7.5%, 신주는 10%까지 매각 허용 ▲구주매입 더 많이 한다고 가점을 더 주는 일 없음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는 외국지분이 49% 이내 ▲FI 비중 높으면 감점 ▲경영권 프리미엄 더 많이 얹어주는 쪽에 가점 등의 내용은 최초 입찰 설명서에 나온 내용을 재확인 시켜줬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FI 비중이 높으면 감점 요인이라는 점은 중동자본을 투자자로 유치한 STX에 다소 불리할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어차피 채권단은 가장 많은 돈을 써낸 기업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대기업 인수·합병(M&A) 담당 관계자도 “유 사장의 발언은 후보기업이 ‘돈을 질러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유효 경쟁체제로 판은 만들었으나 자칫 가격이 채권단이 원하는 선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대한통운 인수전에서와 같이 참여자의 경쟁심을 유발시켜 인수가격을 스스로 올리도록 유도하려는 게 채권단의 속내라는 것이다.
대한통운은 참여 업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력이 많았기 때문에 인수전 초반부터 관심이 컸다. 여기에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FI로 참여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막판 인수전은 불이 붙었고, CJ그룹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거의 90% 가까이 매기는 통큰 베팅을 해 승리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가격에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하이닉스는 SKT와 STX가 참여를 했지만 좀처럼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이닉스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15% 내외가 적정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하이닉스 채권단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SKT와 STX도 대한통운과 같이 배짱을 부리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명목은 당장은 인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다. 하이닉스는 기존 사업간 시너지도 낮기 때문에 인수 패배의 후유증도 거의 없다. 더군다나 양사 모두 기업실사 결과 아니라고 생각되면 발을 빼겠다며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D램 시황이 2년 만에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하이닉스에 대한 평가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참여 기업간 경쟁심리를 키워야 하는 와중에 구주 매입을 많이 한 기업에게 가점을 주겠다는 식으로 매각 절차를 바꾸려 한다는 루머가 튀어 나왔고, 채권단과 인수 참여 기업간 기 싸움 형태로 변질됐다. 이는 가격을 올리는 데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유 사장은 기존 방침의 변경 불변을 전한 대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SKT와 STX는 하이닉스 실사후 본입찰 참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STX 관계자는 “기업 실사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으며 무리한 가격으로 경쟁을 과열시키는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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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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