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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08년처럼 급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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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최근 유가 급락 2008년 상기시켜"..불안해도 급락은 없을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국제유가가 다시 2008년처럼 폭락할 수 있을까.


최근 유가 급락이 2008년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1일자를 통해 보도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의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뒤 단 5개월 만에 30달러대로 폭락한 바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WTI는 100달러에서 단숨에 80달러선으로 추락해 2008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최근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상품 투자전략가는 이번주 초 투자자들에게 유가 강세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빡빡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2012년까지 원유 가격이 상당히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당시에도 골드만삭스는 WTI 가격이 2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가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지금 골드만삭스는 3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유가 하락을 예상하는 이들은 수요 둔화와 공급 급증의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일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원유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내년에는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IEA는 지난해 하루 원유 소비량이 230만배럴이 늘어났지만 올해에는 단지 120만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리비아 소요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공급 상황은 호전되고 있다. 리야드, 아부다비, 쿠웨이트 등은 리비아의 원유 공급 공백을 거의 메우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30년만에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OPEC의 전체 생산량은 3개월 전에 비해 오히려 100만배럴 가량 증가했다.


지난 1년간 유가가 꾸준히 올랐던 탓에 에너지 업체들이 대규모 원유 시추에 나선 것도 공급 증가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가격 상승을 노리고 대규모 원유 투자에 나섰던 원유 시추업체들이 최근 유가 급락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지난 1년동안 천연가스에 비해 원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에너지 업체들이 원유 시추에 집중투자했지만 최근 유가 급락으로 수익성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


이달초 미국에는 원유를 시추하기 위한 유정이 1031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원유 강세론자들도 향후 몇 개월간 하락세가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3년 전처럼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최대 원유 거래업체 중 하나인 스위스 머큐리아의 다니엘 재기 대표는 "물리적으로 원유 시장은 합리적으로 지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상황은 2008~2009년 당시만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글로벌 원유 수요가 하루 60만배럴 줄었고 2009년에는 거의 100만배럴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IEA가 밝혔던 것처럼 지금 원유 수요는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연간 기준으로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단지 수요량이 줄고 있을 뿐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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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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