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폭락장은 저가매수 할 수 있는 기회"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1년새 빠질 게 단 1주일만에 모조리 빠졌습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매수 적기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자 중의 한 명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9일 "갖고 싶던 주식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당수익률이 10%를 넘게 된 종목들이 많이 생겼는데, 배당까지 5개월 정도 남은 걸 감안하면 연율로 2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폭락장세를 보인 지난 엿새간 코스피 하락률은 17%. 9일 장중에 기록했던 지수 1684포인트를 기준으로 해선 조정폭이 22%(488포인트)에 달한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능가하는 초유의 패닉 장세에 허 본부장은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언제나 반토막이 날 수 있고 두 세 배 뛸 수도 있는게 주식시장입니다. 투매는 금물이에요." 투매는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는 상황에서 하는 투자행위인데 굳이 급락장에서 주식을 던져 손해를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그는 이 시점에서 '싸다'고 판단되는 주식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더 사들이라는 과감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이런 단기 폭락장이 오지 않았으면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는 것. 허 본부장은 "과매도 국면에서 주식을 사서 실패한 경우는 역사적으로도 찾기 힘들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가 투자 행위를 멈추면 손해를 확정짓는 꼴"이라며 "좋은 주식으로 갈아타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내가 판 주식보다 더 좋은 주식을 싸게 사서 손해를 만회하는 전략을 펴도 좋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확정되고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주식혼합형 펀드나 배당주펀드도 노려볼 만 하다고 그는 말했다.
허 본부장은 "(신영자산운용의 경우) 로스컷(손절매)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 하락의 원인이 펀더멘털이 아닌 시장의 문제에 있다면 매수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단 투자한 기업의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 과감히 판다"고 덧붙였다.
급락장에 고생하고 있을 후배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시장에 흔들리지 말고 초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라"고 주문했다. 매일 전쟁터를 경험하는 회사 후배들에게도 '코너에 몰릴수록 냉정함을 잃지 말라'고 독려한다고 말한다. 허 본부장은 "펀드를 운용하는 이들은 절대적으로 균형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리스크(위험)와 리턴(수익) 양면의 조화를 항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극단에서 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ㆍ유럽에서 촉발된 위기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회복될 것"이라며 "막연한 불안감과 불신감을 해소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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