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를 지켜라> 1회 수 SBS 오후 9시 55분
노은설(최강희)의 자기소개는 진짜 자기소개였다. 고등학교 시절 놀던 이야기로부터, 대학교 학생회에서 등록금 투쟁하던 때, 그리고 어떻게든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느라 연애 한 번 못했던 시절, 막무가내로 취업의 문을 뚫어보려 애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씩씩하게 이어진 은설의 자기소개로 SBS <보스를 지켜라>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 시킬 수 있었다. 성희롱을 일삼는 사채회사 사장(안내상)을 혼자 힘으로 때려잡고 대기업 면접에서 제 할 말을 다 한 뒤 나가버리는 과장된 상황 속에서도, 은설 안에는 “사람 대접 받으려고” 지난 시절의 고통을 다 견뎌왔다는 눈물 섞인 분노와 자신이 일 할 자리 하나 없는 서울을 내려다보며 짓는 청춘의 한숨이 녹아있다.
하지만 <보스를 지켜라>의 무기는 여주인공만이 아니다. 현실의 재벌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차회장(박영규)과 재벌가 사람들의 캐릭터는 그간 드라마에서 재벌을 그려오던 클리셰를 교묘하게 비껴가면서 드라마 속에서 가장 큰 코믹 요소를 담당한다. 단순히 차지헌(지성)의 캐릭터를 기존 재벌 후계자들과 차별하기 위한 전략 그 이상이다. <보스를 지켜라>의 모든 인물들에게는 그런 행동을 할 법 한 이유와 상황이 있다. 구구절절 늘어놓는 설명을 듣는 대신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그 배경이 이해되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1회를 시청하면서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보스를 지켜라>는 단 1회 만에 적재적소에 필요한 장면만을 보여주며 캐릭터와 배경을 충분히 설명했고, 두 주인공이 왜 보스와 비서로 만나야만 했는지를 납득 시켰다. 시작이 반이라면, 잘 만들어진 캐릭터와 상황만으로 이미 가능성의 반을 보여준 셈이다. 민폐 끼치지 않고, 울지도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데 “귀엽”기까지 한, 아마도 지켜볼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신데렐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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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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