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536mm. 지난 26일부터 28일 오후 7시까지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이다. 3일 연속 강수량으로는 19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상청이 지난 17일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한 뒤 다시 시작된 집중호우. 100년만의 폭우로 불리는 이번 폭우와 관련해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기후 변화'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장마가 끝난 뒤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므로 도시방재 시스템을 온대 기후가 아닌 아열대 기후에 맞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부터 2010년까지 장마 기간이 끝난 뒤 더 많은 비가 내린 경우는 모두 14번이다. 집중호우라 부르는 시간당 30mm 이상의 폭우가 내린 날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내린 날은 전국 평균 11일이며, 1981~1990년 16.9일, 1991~2000년 18.1일, 2001~2010년 22일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0년대에 접어들어 집중호우의 빈도가 크게 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가 9월초까지 이어지는 등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선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상 공기의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수증기는 7%가량 늘어나는데, 이게 원인이 돼 국지성 집중호우가 6월부터 계속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한반도 기후가 열대처럼 기온이 높은 여름과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가진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과 관련해선 아직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6월에 시작한 장마가 7월 중순에 끝나고 땡볕이 지속되는 전통적인 여름이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6월 장마가 집중호우를 동반해 9월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우기(雨期)'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기상청의 견해도 이와 같다. 언제라도 100㎜ 이상의 비가 내릴 수 있는 '우기'를 고려해 시간당 50㎜이내로 설계된 도시방재 기능을 새로 구축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정부가 귀를 기울일 때가 온 것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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