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몽니'라는 말이 있다. 발음이나 자모의 조합이 참으로 예쁜데다 순우리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전적 의미는 외모와는 딴판이다. 몽니는 '심술궂고 욕심 부리는 모양새'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
기자는 그다지 인생을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요즘처럼 밤낮으로 비가 퍼부어대는 장마는 살다 살다 처음이다.
찜통에 만두 찌듯 무더위에 지치다 모처럼 시원해지나 했더니 느닷없이 양동이를 들이 붓듯 '물폭탄'이 쏟아진다. 하늘이 몽니를 부리지 않는 이상 날씨가 이리 궂을 수는 없다.
하늘에서 물폭탄이 떨어지는 동안 땅에서는 물가폭탄이 여기저기 터지고 있다.
올 초부터 기름 값 때문에 서민들이 죽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이번에는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그러면서도 당초 안 보다는 훨씬 적게 올렸다며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너무 싸게 팔아서 적자가 많아지니 더 이상 안올릴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지만 서민들은 이제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 스위치를 누를 때도 심사숙고해야할 판이다. 정부의 몽니 때문에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서민들은 안팎으로 열만 받는다.
전기 값에 이어 우유 값도 난리다. 이상기후 때문에 소가 줄어들고 사료 값 같은 생산비용은 크게 올라갔는데, 우유 값은 제자리걸음이니 못살겠다며 낙농인들은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얘기다. 지금도 우유 값은 비싸고 저녁시간이 되면 시장에서 우유 구하기도 힘든 판인데 거기다 가격도 오른다니 답답하기만 하다.
낙농인들은 가격을 24% 이상 올려달라며 이를 안 들어주면 아예 우유 공급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우유 값이 오르면 유제품 가격은 죄다 오르기 마련이다. 우유나 요구르트나 치즈는 아이들이 즐겨먹는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간식이다. 치솟는 가격에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중국산 양젖이라도 먹여야할 판이다.
이쯤 되니 문득 '민심은 천심'이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사방에서 이렇게 몽니를 부려대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하늘이라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내친김에 하늘도 덩달아 몽니를 부려 날씨도 이렇게 궂은 게 아닐까?
본시 사람이란 제 입에 들어가는 것과 제 주머니에 들어가는 게 제일 중요한 법이다.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파는 사람들도 살수가 있다. 앞뒤 안 가리고 부리는 몽니는 모두에게 손해만 한 아름 안겨줄 뿐이다. 올릴 거 다 올리고, 우길 거 다 우기고 나면 대체 소는 누가 키울 것이냐는 말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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