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21세기의 화두는 단연 ‘잘 먹고 살 사는 법’이다. 단지 생존을 위해 음식을 섭취해야 했던 건 먼 옛날의 이야기다. 음식은 사회를 반영하는 중요한 단면인 동시에, 인간 생활의 가장 중요한 문화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니다. 매년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들이 뜨고 진다. 경제가 어려울 땐 맵고 자극적인 요리들이 득세하고, 조금 살만하면 모두가 저칼로리, 저염 등 ‘건강식단’에 관심을 가진다. 음식은 뭔가 즉각 반응을 달리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다. 지상파 TV를 비롯한 모든 매체들은 음식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쏟아내며, 극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부터 일반적인 보도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아오이 유우, 에구치 요스케 등 한국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일본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는 음식을 소재로 한 전형적인 작품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식감을 자극하는 화려한 구성과 외모의 총천연색 케이크들이 떼로 등장하긴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려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허영만 원작의 영화 ‘식객’ 등 지금까지 제작된 여느 음식 영화처럼 ‘양과자점 코안도르’는 여러 사람들의 전혀 다른 꿈과 삶을 음식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일본 도쿄의 인기 제과점인 ‘파티셰리 코안도르’를 무대로 영화는 남자친구를 찾아 상경한 카고시마 촌소녀 나츠메(아오이 유우 분)가 점차 파티셰로 성장하는 중심 이야기에 그녀 주변의 여러 군상들을 이어 붙인다.
영화의 내러티브 자체는 ‘클리셰’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치게 평범하다. 자극적이거나 강렬한 에피소드도 없고 등장 인물들의 갈등 구조도 너무 쉽게 '일어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 21세기 영화의 흥행 트렌드 ‘반전(反轉)’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며, 지나치게 밋밋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는 자칫 수면제 역할을 할 위험도 다분하다. 극 중 또 하나의 주인공인 케이크의 존재가 다소 과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특별한 설명과 장치 없이 케이크가 사람들에게 미소와 행복을 절로 가져다 준다고 전제하고 넘어간 것은 분명한 ‘무임승차’다.
그러나 일본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양과자점 코안도르’에서 미덕을 찾아낼 수 있다. 일본 최고의 파티셰를 초빙해 형형색색의 케이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교하게 보여주며, 나츠메를 비롯해 더 이상 케이크를 만들 의미를 잃어버린 파티셰 토무라(에구치 요스케 분) 등 주요 캐릭터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별장미소녀 캔디’처럼 성공을 항해 고군분투하는 소녀 나츠메의 성장기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양과자점 코안도르’의 최고 흥행 포인트는 나츠메 역의 아오이 유우의 존재다. 아오이 유우는 그 특유의 ‘킬러 스마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정신을 놓게 한다. 영화에서 캐스팅이 이렇게 중요한 법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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