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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정치 드라마로서 아직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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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정치 드라마로서 아직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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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첫 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시작은 역시 황산벌 전투였다. 하지만 이것은 흔히 대작 사극이 초반 기선을 제압하고 규모를 과시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영웅 사극에서 주인공의 절정의 승리를 보여주고자 하는 대규모 전쟁 신 오프닝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황산벌 전투는 ‘잃어버린 왕국’ 백제의 최후의 상징이자 주인공 역시 죽음을 맞게 되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비극적 패배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 전투에 앞서 평야 위에 홀로 선 거송 아래 계백(이서진)을 먼저 보여준다. 푸르고 장대하나 외로운 소나무는 그의 기개와 고독을 동시에 비추며, 그가 손에 쥔 여린 들꽃은 풍전등화와도 같은 백제의 운명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최후의 결전을 맞아 병사들에게 절하고 “죽지마라, 반드시 살아남아라. 오늘 만큼은 나라를 위해서도 역사에 남기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왕을 위해서도 살지 마라. 오직 그대들과 그대들의 아내와 자식, 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살아남아라”라고 외치는 순간 이 비극적 영웅의 캐릭터는 강렬하게 각인된다.


이처럼 <계백>은 황산벌 전투 오프닝을 통해 스펙터클한 전쟁의 모습 너머 앞으로 이 드라마를 지배하게 될 비장한 정조를 먼저 완성했다. 이 공들인 오프닝 뒤에 5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사비성 내 정치 싸움이 다소 맥이 빠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왕권 대 신권의 대립이라는 정치 갈등은 단순하고,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욕망 또한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못했다. 무왕(최종환)은 무력한 왕권으로 고뇌하는 군주라기보다 사랑하는 황후(신은정)를 지키기에 급급한 로맨스의 주인공에 가까웠고, 사택비(오연수) 역시 백제의 정통성을 지키고자 하는 순혈주의자로서의 모습보다 아들을 왕위에 앉히려는 사욕이 더 강해 보인다. 단순한 권력 암투를 벗어나 갈등의 외연을 넓혀 현재적 의미를 부여하는 정치 드라마로서의 치밀한 구성이, 장수 계백의 귀환 전까지 앞으로 개선해야할 <계백>의 과제일 것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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