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계백>(극본 정형수, 연출 김근홍 정대윤)은 백제를 무대로 제작된 세 번째 사극이다. 2005년, 최초로 백제 역사를 브라운관 안으로 끌어들였던 SBS <서동요>는 미천한 집안 출신이었던 서동이 백제왕국 30대 무왕이 되는 과정을, 2010년 KBS <근초고왕>은 백제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근초고왕의 활약상을 그렸다. 두 작품과 달리, <계백>은 왕이 아니라 계백이라는 한 장군의 생애에 초점을 맞춘다. 2009년 MBC <선덕여왕>이 신라가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져가던 시대를 그렸다면 <계백>은 그 이후, 백제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던 시기부터 결국 멸망을 불러온 신라와의 황산벌 전투까지 격변기의 중심에 있던 계백을 통해 백제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660년, 황산벌 전투에서 계백이 이끄는 5천 결사대가 김유신의 신라 5만 대군에 패했다는 사실은 사료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를 제외하면 계백은 거의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사료의 부족을 상상력으로 메우고 그의 주변 인물들 또한 새롭게 해석했다. 2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계백 역을 맡은 이서진은 “계백을 연기하기 위해 주로 그에 관한 동화책을 많이 읽었다. 어차피 동화책에 나오는 내용들도 역사적으로 고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읽으면서 계백이라는 사람의 느낌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무능하고 방탕한 인물로만 알려져 있는 의자왕 역시 ‘해동증자(동방의 증자. 효심이 지극했던 증자와 의자왕이 유사하다고 하여 중국인들이 붙인 별칭)’라 불리운 것에 착안해 “삼국을 통일하고 싶었던 욕망과 백제 마지막 왕으로써의 인간적인 아픔”(조재현)을 부각시키게 됐다. 또한 훗날 의자왕비가 되는 은고(송지효)가 계백과 의자왕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설정은 <삼국사기>, <일본서기> 등 사료에 기록된 것과 완전히 다른 부분이다.
몰락하는 왕국을 지키려던 계백은 어떤 이였을까
그렇다면 <계백>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지점은 5천 결사대를 이끌 정도로 리더십이 강했던 계백의 인간적인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황산벌 전투에 패한 계백이 결사대를 향해 “백제의 전사들이여, 나는 그대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가 어떤 장군인지를 대강 짐작케 하지만,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인품을 갖추게 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과정이 얼마나 디테일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지냐에 따라 <계백>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또한 그동안 다수의 사극이 왕국을 건설하고 왕위에 오르거나 왕조를 번영시키는 과정을 그렸던 것과 달리 <계백>은 몰락하는 왕국을 지키려다 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비극성을 띨 수밖에 없다. 밖으로는 신라 김유신과 고구려 연개소문 등 강력한 장군들과 세력을 다투고, 안으로는 의자왕이 국정을 돌보지 않으면서 서서히 몰락의 기운이 감지되던 당시, 계백이 거쳐야 했던 무수한 전투와 혹독한 고뇌의 시간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조선시대의 영웅인 SBS <무사 백동수>와 맞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MBC <다모>를 집필하고 MBC <주몽>을 공동집필하며 역사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던 정형수 작가가 백제의 영웅 <계백>을 어떻게 그려낼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역사의 첫 페이지는 25일 밤 9시 55분에 넘어간다.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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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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