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직영 수리 서비스점 이번에도 한국 제외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애플이 전세계 애플스토어 추가 개설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을 또 제외한 것을 계기로 '한국 홀대론'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의 한국내 애플스토어 개설은 파렐 파하우디 애플 시니어 디렉터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면 AS서비스를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기대됐었다.
그러나 올해도 개설이 무산되면서 애플이 한국의 이용자 서비스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애플이 그동안 원화결제, 아아튠스 한국어 서비스 등 국내 이용자들의 요구를 무시해온 데다 국내에서 개인정보침해와 관련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애플스토어 개설 제외로 애플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최근 마무리된 소송에서처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실 AS서비스를 떠나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애플 일부 AS센터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비판으로 확산되자 문제가 발생한 제품의 경우 미국으로 보내 수리하는데 2주 이상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AS대신 아예 휴대폰을 교환해주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본사 기준 순이익을 감안하면 지난 해 최소 6000억원 이상을 우리나라에서 벌어갔다.
특히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 역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며 애플이 올해는 1조원 이상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직영점 개설 무산...직영점 열고 AS 해준다며?
2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세계 각지에 애플스토어 33곳을 연다. 현재 전세계 애플스토어는 330개로, 추가 개설되는 지역은 파리, 마드리드 등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에도 빠졌다. 애플이 운영하는 직영 판매점인 애플스토어는 단순히 소매판매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이 직접 실시하는 AS가 애플스토어 내 '지니어스바'를 통해 이뤄진다. 지니어스바는 장기간 교육받은 정직원들이 제품 관련 상담과 부분 수리를 담당하는 애플 AS센터다. 지니어스바가 도입될 경우 고장시 수리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리퍼 제도 대신 부분수리가 가능해진다.
직영점 설치는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애플의 부실한 AS 정책의 대안으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지난해 서비스 문제로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파렐 파하우디 애플 시니어 디렉터가 AS 개선의 핵심으로 내놓았던 것도 직영점 설치다. 당시 파하우디 디렉터는 "소비자의 불편은 애플스토어가 없어서 생긴 것"이라며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면 AS서비스를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강화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도 계속 국내시장을 외면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국내 소비자 불만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내 애플 이용자들 찬밥신세
이와 같은 애플의 태도는 이웃 중국에서 보여주는 것과 대비된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2곳을 개설한 데 이어 중국 내 직영점을 수년내 25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앱스토어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은 물론 중국 정부의 애플리케이션 제한 정책까지 수용하겠다는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앱스토어 원화 결제 시스템조차 지원되지 않는다. 달러로만 결제가 가능해 해외 지불이 가능한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고, 원화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힘든 불편이 뒤따른다. 원화결제는 이용자들이 계속 도입을 요구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무반응으로 일관중이다.
애플이 음반과 영상콘텐츠 등을 판매하는 아이튠스 스토어도 한국에서는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정해진 금액만큼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살 수 있는 상품권 개념의 '기프트카드'도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때문에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콘텐츠를 사려는 이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해외 아이튠스 스토어에 접속하는 '편법'을 택한다. 이 경우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기프트카드를 해외 구매대행으로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국내 애플 서비스가 '반쪽짜리'라는 비난을 받는 배경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 서비스는 '배짱'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국내 시장이 작아서 그렇다는 얘기도 이제 먹히지 않는 변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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