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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커피, 담합과 배신의 2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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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2007년 1월. 백모 매일유업 전무가 경쟁사인 남양유업 본사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9년째 1000원에 머물고 있는 컵커피(카페라떼, 프렌치카페) 가격을 올리자고 했다. 남양유업의 곽모 상무도 같은 뜻이었다. 다음달 이들은 매일유업 본사에서 다시 만나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전격 합의했다.


3월1일, 매일유업은 약속대로 카페라떼 가격을 1200원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예전 가격대로 프렌치카페를 팔았다. 매일유업은 "왜 합의를 깼냐"고 항의했지만 남양유업은 "한꺼번에 올리면 공정위에 걸려 같이 죽는다"고 해명했다.

매일유업의 카페라떼는 이후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컵커피는 맛과 품질이 비슷해 가격이 판매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이 가격을 올린 건 4개월 후인 7월1일이 돼서였다. 매일유업은 이후부터 "남양유업을 못 믿겠다"고 생각했다. 가격을 올리자는 얘기가 2009년에 다시 나왔을 때는 매일유업이 거절했다.


그러나 반전은 있었다. 공정위가 2009년 6월 우유가격 담합 조사에 들어가면서 컵커피가격을 담합한 흔적도 찾아냈다. 매일유업이 자진신고제(리니언시)를 이용해 "남양유업과 컵커피 가격을 담합했다"고 먼저 신고했다. 매일유업은 과징금을 전액면제 받고 검찰 고발도 제외됐다. 공정위는 대신 남양유업을 상대로 74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남양유업의 곽모 상무는 검찰에 고발됐다.

우유업계 두 메이저업체의 담합과 배신 속에 컵커피 가격은 그대로다. 여전히 "담합은 없었다"는 게 업계의 공식입장이다. 가격100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유업계 비정성시(悲情城市)의 한 단면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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