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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항공사 싸움에 승객 안전 날아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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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항공사 싸움에 승객 안전 날아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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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요즘 항공사의 최대 이슈는 고급 핵심 인력으로 꼽히는 운항 승무원(조종사)을 둘러싼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다. 연간 매출 11조원 대의 국내 1위 국적사 대한항공에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갓 넘긴 저비용 항공사 에어부산이 “인력 빼가기를 그만하라”며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를 연상케 한다.


이번 공방의 제1라운드는 다윗에 동정표가 쏟아지면서 유리한 분위기로 흘렀다.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 어렵사리 육성한 조종사를 대한항공이 '날름' 데려갔다면서 성토하는 에어부산에 '안쓰럽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에 1기로 입사한 조종사 인력 중 절반 이상이 대한항공으로 이직했으니 서둘러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추가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잠시 수면 아래에 있던 조종사 이탈의 움직임은 더 지독한 현실이 돼 부상했다. 에어부산에 근무하던 부기장 2명이 또 다른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로 옮기면서 여론은 급변했다. 에어부산이 내부 인력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졌다. 현재 진행 중인 2라운드 공방은 에어부산의 감정 섞인 초기 대응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이 상도의를 어겼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추측성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기업 간 상도덕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대한항공은 사회적 비난을 감수할 각오 없이 타사 조종사를 뽑지 않았을 터다. 에어부산에서 이탈한 조종사 중 일부는 “부산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고 조직이 체계적이지 않아 기장의 꿈을 꾸기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한 항공사 고위 임원은 “항공업계는 특히 조종사라는 전문 인력 수요에 대한 뚜렷한 해답이 없다”며 “특수성을 모를 리 없는 대한항공의 처사도 문제지만 에어부산 역시 조직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인력 유출의 '네 탓 내 탓' 공방보다 더 무서운 것은 승객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책임지는 조종사를 둘러싼 '이전투구' 자체다. 항공사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풀고 있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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