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약가제도 도입 여부 놓고 제약협회-복지부 줄다리기
제약협회 청와대에 탄원 불구, 복지부 큰 변화 안 줄 듯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의 가격을 크게 내리려는 정부 방침에 제약회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제약회사 116곳 대표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가 14일 청와대와 국회, 보건복지부 등에 일제히 전달됐다. 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제약협회 측은 "입장이 각기 다른 제약회사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말로 격앙된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제약협회는 14일 제약회사 CEO 116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청와대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했다. 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해달라는 의미로 의사협회와 약사회, 간호사협회 등에도 보냈다.
탄원서에서 협회는 "제약산업의 존립기반을 붕괴시켜 필수의약품 공급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약가인하 정책이 마무리되는 2014년 이후로 새 제도 도입을 유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100여곳이 넘는 제약회사가 이렇듯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업구조나 규모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특성 때문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연락이 닿지 않는 영세 제약사를 제외하면 한국의 모든 제약사가 참여한 것"이라며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을 유보해달라는 내용이지만 회원사 중에는 아예 철회를 요구하자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특허만료 신약과 복제약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내리는 방안을 올 해 시행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다. 제약협회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12조 보험의약품 시장에서 3조원 가량이 빠질 것으로 추산했다.
제약업계의 호소에도 정부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초안을 마련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3조원 피해는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제약업체에 따라 어려움의 정도도 달라 협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달 내로 제약협회와 간담회를 열어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이미 많은 의견을 들은 상태"라는 입장이어서 약가인하폭이 줄어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복지부는 8월 중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약가인하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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