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기도 전에 별명을 얻었다. 야구 대통령을 의미하는 ‘야통’이다. 그만큼 팬들로부터 빠른 시간 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성적에서나 운영에서나 그 지휘는 ‘초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다. 베테랑다운 면모로 삼성 팬들에게 우승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1년차에 불과한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류 감독은 경북고 2학년 시절부터 초고교급 유격수로 인정받았다. 국가대표를 거친 뒤 그는 이내 삼성에 입단, 프로무대를 밟았다. 삼성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오랜 기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구단의 우승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현역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끼우지 못했다.
필자와는 2002년 코치와 선수의 관계로 함께 팀에 몸담으며 인연을 맺었다. 그 해 삼성은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필자가 프로에 입단해 선수로 막 활동했을 무렵 류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아닌 선수였다. 특히 1995년 올스타전에서 필자는 1루수로, 류 감독은 유격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당시 그의 수비와 송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만큼 인상적이었다. 류 감독은 누구보다 쉽게 공을 낚아챘다. 1루를 향해 던지는 공의 제구도 정확했다. 1루수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유격수가 아닐 수 없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류 감독이 감독에 선임됐을 당시 성공을 예견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는 삼성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했고 한 번도 둥지를 옮기지 않았다. 현역 은퇴 뒤에도 삼성에서만 코치 경력을 쌓았다. 누구보다 구단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건 당연했다. 더구나 류 감독은 코치 시절 주로 선수들의 주루 수비 작전을 담당해 경기운영 및 개개인의 능력을 꿰뚫고 있었다. 감독 선임은 갑작스런 발탁이 아닌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모범적인 코스다. 그는 코치 시절 많은 감독을 만났다. 그 가운데에는 내놓으라할 만한 거물급도 있었다. 까다로운 지도 방식에 류 감독은 많은 역경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장시간동안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묵묵히 맡은 역할을 해냈다. 경기 뒤에는 늘 경기를 통해 배운 바를 복습했다. 모시던 감독들의 장점들을 발췌, 연구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투수 운영은 선동열 전 감독의 것을 전수받은 모양새이고 타격은 김응룡 전 사장의 것에 가까워보인다. 많은 우승을 경험한 감독들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한 계단씩 천천히 오르며 이뤄낸 모범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류 감독은 결코 ‘행운아 감독’이 아니다. 감독을 꿈꾸는 야구인들이 바라봐야 할 롤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거론하고자 하는 건 ‘소통’이다. 류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파악을 넘어 심리적인 부분까지 배려하려 애쓴다. 이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사실 프로감독 대부분은 선수들과의 직접 소통을 꺼린다. 류 감독은 정해진 틀에 머물지 않았다. 열린 사고방식으로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 선수단에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가져왔다.
삼박자의 조화는 올 시즌 삼성의 전망을 환하게 비춘다. 삼성은 13일 현재 44승2무29패로 리그 선두다. KIA, SK 등과의 1위 경쟁에서 가장 빛나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야구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마해영 ISP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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