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에 구멍이 숭숭 난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업을 비롯한 22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에서 회계 조작, 성과 과장, 허위 보고의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그런 기만이 통하여 높은 평가점수를 받은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월 기본급여의 40~500%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았다. 주관부서인 기획재정부와 기획재정부가 구성한 평가단이 얼마나 불성실했는지 알 수 있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도덕적 해이를 넘어 거의 범죄에 가까운 것도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해외파견 직원 인건비를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인건비 인상률에 관한 정부의 지침에 숫자를 맞췄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소송부채충당금을 영업외비용에 산입하지 않고 노동ㆍ자본 생산성을 계산해 뻥튀기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경기 악화를 이유로 기준연도 실적에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반영하고 평가대상연도 실적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실적 개선 정도를 부풀렸다.
평가 대상인 공공기관만 그런 것이 아니다. 평가 주체인 평가단은 연구보조원 채용을 위한 인건비 명목으로 수억원의 예산을 따냈지만 실제로는 연구보조원을 채용하지 않고 그 돈을 연구원들이 나눠 가졌다. 재정부는 평가대상 기관으로부터 최근 3년 이내에 연구용역을 의뢰 받아 수행하고 대가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을 4명이나 평가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감사 결과를 재정부에 통보하고 적절한 제재 및 시정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재정부는 적발된 공공기관의 부당행위를 다시 확인해보고 고의성이 분명한 사례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재정부 스스로도 평가단 운영과 관련해 지적 받은 사항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내지 부패, 평가위원과 평가대상 기관의 유착, 공공기관의 부실화를 막지 못할 것이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의 일환으로 23개 공기업의 부채 현황을 조사해보니 총 부채가 2005년 99조여원에서 2009년에는 두 배 이상인 213조여원으로 늘어났고, 2008년부터는 영업이익으로 부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더 방만해지고 부패하기 전에 기율을 다잡지 않으면 큰일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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