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라면과 과자, 빙과류, 아이스크림류에 적용한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제도가 겉돌고 있다. 업체 간 가격경쟁을 촉진시켜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지난 1년간 오히려 값이 올랐다. 소비자의 부담과 혼란만 키웠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지난 1999년 TVㆍ냉장고ㆍ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비롯한 12개 품목에 처음 도입됐다. 가전제품의 경우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가면서 전문 할인점이 생기는 등 가격경쟁이 활발해져 가격 인하효과가 나타났다. 정부가 2000년 22종, 2004년 32종에 이어 지난해 과자와 빙과류 등에도 확대 적용한 배경이다.
하지만 가공식품에 대한 오픈 프라이스 제도 적용은 사실상 실패했다. 가격이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올랐다. 1년 전 평균 567(대형마트)∼800원(편의점)이던 '새우깡'은 현재 630∼900원으로 올랐다. 대형 마트에서 750원에 팔던 '부라보콘'도 1150원으로 가격이 크게 뛰었다. 다른 과자나 빙과류, 아이스크림류 대부분의 사정이 비슷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체들이 출고가를 올린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권장소비자가격이 없어진 점을 이용해 유통업체가 출고가 인상폭보다 더 값을 올리는 등 가격 인상을 부채질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전자제품 경우에서 보듯 분명 긍정적인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생필품에 가까운 가공식품은 전자제품과는 다르다. 올바로 정착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제품 간의 가격 비교가 쉬워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 가격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이용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가 멋대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없도록 시장의 경쟁 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취지가 좋다고, 다른 제품의 경우 성과가 있다고 해서 성급히 추진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이번 가공식품 오픈 프라이스 실패의 교훈이다. 유통업체의 횡포는 없을지, 가격 정보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알릴 것인지 등 검토와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격 정보가 부실한 현실에서 오픈 프라이스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은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하기보다 제조업체 자율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