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전인백 현대그룹 전 기획총괄본부장(사장)이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며 매각 작업의 전면에 나선다. 전임 김종갑 의장(현 지멘스코리아 회장)의 경우 1년의 재임 기간 동안 하이닉스 매각을 위해 매달 십수차례씩 재계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만나고 다닌 바 있어, 신임 전 의장에게도 이 같은 작업이 최우선 과제로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통 현대맨 출신으로 현대그룹의 컨트롤타워 수장을 역임한 전 의장은 인수 대상자로 유력한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등 범현대가와의 협상 물밑작업의 최일선에서 매각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의장은 지난 1975년 범현대가의 모태인 현대건설에 입사해 1984년부터 현대전자에서 고(故) 정몽헌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이다. 그는 1999년 LG반도체와의 '반도체 빅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으며, 2002년에는 채권단의 미국 마이크론 매각안을 부결시키는 등 하이닉스 회생의 전기를 마련한 뚝심의 승부사로 불린다. 이후 2005년 12월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장 겸 현대유엔아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대그룹에 입성한 뒤, 그룹의 경영전략을 총 지휘하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을 초기에 기획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하이닉스 사외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최근 하이닉스 매각작업이 범현대가의 '하이닉스 되찾기'로 좁혀지면서 전 의장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차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범현대가가 잃어버린 옛 기업을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10주기를 기점으로 갈등을 빚었던 정몽구·정몽준 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을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고 정몽헌 회장의 남자였던 전 의장이 하이닉스 매각 작업의 전면에 나선 이유다. 하이닉스는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왕자의 난'과 LG반도체 인수 차입금 부담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 요인으로 2001년 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의장은 하이닉스의 역사와 현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기획력과 실행력이 뛰어나다"면서 "범현대가로의 매각 협상을 순조롭게 이끌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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