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의혹을 사온 부산저축은행 특혜인출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알고 인출한 사람 중에 정ㆍ관계 고위층 인사는 없다고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의 영업정지 비밀 누설도 없었고, 사전 인출자에 대한 처벌도 어렵다고 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나서 25명의 전담팀이 두 달 동안 벌인 조사치고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1월25일부터 영업정지일(2월17일) 이전에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 저축은행에서 인출된 1조1410억원 가운데 불법인출로 의심되는 896억원을 조사해 이 중 85억여원이 불법 특혜인출이라고 결론 냈다. 앞으로 국정조사 과정에서 정밀하게 들여다볼 대목이다.
어쨌든 영업정지 직전에 거액의 예금이 무더기로 인출됐으리라는 의혹은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영업정지 소식을 입수한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 부회장과 김태오 대전저축은행장이 영업정지 전날 VIP 고객에게 알려 예금을 빼가도록 한 사실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준다.
감독당국은 영업정지 과정에서 금융당국자들의 정보 누설이 없었다는 검찰 발표에 안도하는 눈치다. 그렇다고 그간의 감독 과정에서 비리를 눈감거나 감독을 소홀히 해 부실을 키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방침을 정한 2월15일 저녁 은행 측에 '영업정지 신청을 하라'고 종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불법인출을 방조한 셈이 됐다.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감독 관련 국제기구 회의에서도 화제에 올랐다. 지난 16~17일 스웨덴에서 열린 통합감독기구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글로벌 금융기관과 국내 대형 금융기관 감독에 주력하다가 소규모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가 소홀해졌다고 진단하며 한국의 저축은행 사태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저축은행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고객들은 작은 소문에도 흔들리며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빼내고 금융당국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검찰과 국회는 남은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은 땅에 떨어진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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