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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아랫 사람 탓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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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아랫 사람 탓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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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다"며 공직사회에 만연한 비리와 구태, 부처이기주의, 무사안일 등을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말대로 공직사회는 요즘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썩어 있다. 딱히 어디라고 할 것 없이 곳곳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감사원과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국토해양부는 술대접 연찬회 파문에 뇌물을 받은 간부가 검찰에 구속되는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중앙정부뿐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직원들도 예사로 술대접이나 뇌물 수수, 공금 횡령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총리실의 진단이다. 대통령의 호된 질책은 직위를 악용한 먹이사슬의 비리구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넓고 깊게 퍼져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이 대통령은 "부정ㆍ비리 문제가 복잡하고 시끄럽더라도 이번 기회에 단호하게 할 것"이라며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임기 전날까지 할 것은 확고하게 하겠다"며 한껏 의지를 다졌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공정사회 구현도, 나라의 미래 발전도 다 공염불이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 왜일까.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해 왔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서도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은 핵심 과제다. 공정사회를 위한 5대 추진 과제에도 부정부패 근절은 맨 앞자리에 올라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은 지난주 기업인과 자영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0년 이후 공공 부문 부패실태 보고서를 내놨다. 결과는 이 정부 3년차인 지난해에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부패 정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 국ㆍ과장 이상 공직자 및 장ㆍ차관의 부패 정도를 묻는 질문에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6.5%다. 부패 정도가 심했다는 김대중 정부 4년차, 노무현 정부 5년차의 85.3%, 85.0%보다 높다. 말은 요란했지만 국민의 체감 부패는 더 나빠진 것이다.


우리 국민의 생각만 그런 게 아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달 발표한 2011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 이행 보고서에서 한국을 '소극적 이행국'으로 분류했다. 그 전해에도 마찬가지였다. 부패방지 노력이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정치적 의지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지난 3년여간 뭘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자성의 말이 없다는 점이 걸린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최고이자 최종 책임자다. 아랫사람의 잘못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은 없는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허물도 내 탓'이라는 성찰이 떠오르지 않았는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임기 후반기에 공직사회를 다잡고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부패 척결을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사시적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고위 공직자 인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측근이라는 이유로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물을 중용한 때문은 아닌지, 논공행상으로 내려 보낸 낙하산들이 외형의 성과에 집착해 비리와 타협한 것이 원인은 아닌지, 스스로 주변을 먼저 돌아봤어야 했다는 얘기다.


도덕 불감증은 전염성이 강하다. 윗물을 흐려놓고 아랫물이 깨끗하기를 바라는 건 소가 웃을 일이다. 요즘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 유행하는, 대통령을 빈정거리는 얘길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웃기는 짜장, 저나 잘할 것이지."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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