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세계 난민의 날' 맞은 한국의 현주소

시계아이콘01분 4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박해를 받게 될 것이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진 경우로 볼 수 없어 난민인정을 불허합니다.'


콩고 출신 기자 E씨와 동성애자인 파키스탄인 A씨는 2009년 법무부로부터 난민인정 '불허' 통보를 받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E씨는 2002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국가기관으로부터 감금과 위협을 당한 뒤 한국으로 피신해 난민인정 신청을 했고, A씨는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는 조국생활에 공포를 느껴 1996년 한국으로 도망을 온 상황이었다.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콩고 정보부 비밀경찰들에게 체포돼 구타를 당하고, 이슬람 종교법에 따라 동성애자를 태형 또는 사형으로 처벌하는 파키스탄 형법이 두려워 한국으로 몸을 피한 이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은 난민인정 신청뿐이었다.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불허 처분은 이들의 희망 한 오라기마저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한국에서 불법 체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E씨와 A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법원을 찾았다. 법무부를 상대로 난민인정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이들은 소송 과정에서 자신들의 '공포'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임을 증명하려 백방으로 뛰어야 했다. 그래야 난민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유엔(UN)의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은 '인종이나 종교, 국적, 정지척 견해 등으로 박해를 받거나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 때문에 외국으로 탈출한 자로서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자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를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1992년 UN 회원국이 되면서 난민협약에도 함께 가입을 한 한국은 1994년부터 난민인정 신청을 받아왔지만 난민인정 처분을 내리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4월 기준으로 1994년부터 난민인정 신청을 한 3073명 가운데 7.6%에 해당하는 235명만이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는 국제사회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전 세계 난민 인정률은 38%였다.


A씨는 1심에서 '파키스탄 형법이 동성애자를 태형에 처하는 등 무거운 형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동성애 결혼을 한 사람에게 이 같은 처벌을 내린 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법무부의 난민인정 불허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았고, 2심에서도 같은 이유로 승소 했다. E씨는 1심에선 법무부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패소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선 '콩고는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고 정부가 자신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기자를 감금하고 해당 언론사의 활동을 금지하는 등 심각한 박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E씨가 느끼는 공포는 난민협약이 규정한 공포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받아 승소했다.


E씨와 A씨처럼 우여곡절 끝에 난민인정을 받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지난해 법무부가 난민 및 난민 신청자를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9%가 '경제적 곤란으로 끼니를 거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주거지원(42.6%), 직업소개(41.5%), 생계비 지원(43.1%) 등을 난민 지원 필요 사항으로 꼽았다. 현재는 난민 지위를 신청한 지 1년이 넘어야 취업 허가가 가능하며 난민인정 불허 처분을 받는 경우엔 아예 취업을 할 수 없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서울 서초구 사파갤러리에서 난민 사진 전시회를 연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난민의 자녀들은 물론이고 한국을 찾은 모든 난민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