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해병대 초병들이 지난 17일 새벽 우리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사건당시 대응방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초병들이 항공기 정체파악까지 25분이 걸린 이유 ▲북한 공군기로 확신했음에도 사정거리가 짧은 소총 대응 ▲초병의 남쪽을 비행했던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오인한 이유 등으로 압축된다.
교동도 남쪽 해안에서 경계를 서던 해병 2사단 5연대 51중대 초병들은 지난 17일 새벽 4시께 이 남쪽 주문도 상공을 비행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향해 K-2 소총으로 10분간 대공 경계 사격을 했다. 해안가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 2명은 개인화기인 K-2 소총으로 민항기를 향해 공포탄 2발을 포함해 총 99발을 발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초병들은 오인 사격 후 5~10분 내에 상부에 상황을 보고했고 이는 전ㆍ후방 상황전파 체계인 고속지령대를 통해 해당 사단과 해병대사령부, 합참 등에 동시에 전파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은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통해 오전 4시25분께 해당 항공기가 민간항공기라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4시40분께 아시아나항공 측에도 관련 사실을 설명하고 피해 여부를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항공기는 오전 4시42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국방부는 지난 15일 서북도서 방어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해병대사령부를 모체로 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했다. 해병대가 추축인 부대다. 하지만 부대 창설 이틀만에 해병대 부대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미확인 비행물체 확인시간까지 25분이 소요됐다. 북한의 전투기가 침입했을 경우에도 25분이 걸려 확인될 때까지 경고 사격외에 조치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초병들이 경고사격으로 소총 99발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대사거리 2600~3300m, 유효 사거리 500~600m에 불과한 소총으로 고도 1.~1.5km이상에서 비행하는 물체가 위협을 느끼겠냐는 지적이다.
중국 청두(成都)에서 승객 110명과 승무원 등 119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당시 인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항공기는 군의 오인사격 당시 5000피트(1524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공군과 공항관제소를 통해 항로 이탈과 같은 특이사항이 없었음을 어제 확인했다"면서 "교동도 초소와 비행기 간 거리가 워낙 떨어져 있어서 승무원이나 승객 모두 이런 총격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초병의 매일 비행하는 민항기를 어떻게 북한 공군기로 오인했냐는 것이다.
사건 당일 오인 사격을 받은 민항기 말고도 똑같은 항로를 다른 민항기들이 운행하고 있었다. 그날 오전 4시 1분께 오인 사격을 당한 비행기가 지나가기 20분 전 외국 민항기가 지나갔고, 사건 발생 20분 후에도 같은 항공사 소속 민항기가 지나갔다. 세 비행기 모두 같은 항적을 그렸다. 3대의 비행기가 20분 간격으로 똑같이 움직였는데 유독 한 비행기에만 대고 사격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사격을 한 해병대 초소는 교동도 남측 해안에 위치한 초소로 남쪽 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쪽 해안을 경계ㆍ감시하는 초소에서 항공기가 북한에서 날아왔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해병대 측은 평소 주문도 쪽에서 못 보던 비행기가 가까이 나타나자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사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천공항 인근 도서에 근무하는 부대의 실탄사격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하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선(先)조치·후(後)보고' 개념에 대한 보완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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