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안 ‘골드미스’ 포트폴리오
“저는 나름대로 잘 하고 있어요. 보험도 많이 들어놓고 연금도 납입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만난 30대 중반 미혼여성이 한 말이다. 재정적으로 여유 있고 자신감 있는 미혼여성을 지칭하는 골드미스라는 호칭이 잘 어울릴 만큼 굉장히 자신감 넘쳤다. “나중에 한 달에 100만원씩 나온대요. 100만원이면 먹고 살겠죠.”
과연 그럴까. 대부분 노후준비는 연금을 가입하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금상품 가입은 노후준비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돈의 가치는 해가 지날수록 떨어진다. 연금은 몇 십 년 후에 받는 돈이기 때문에 반드시 몇 십 년 후에 그 돈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게 될지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된다. 20년 전 250원이던 지하철 요금이 지금은 1000원이다.
지하철 요금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돈의 가치가 4분의 1로 떨어진 것이다. 동일한 비율로 생각하면 20년 후 100만원은 25만원 가치밖에 안 될 수도 있다. 25만원으로 먹고 살기는 어렵다.
매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노후에 원하는 만큼 지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저축해야 될지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점검해 봐야 한다.
올바른 재정상태 파악 최우선
30세 골드미스. 그의 재정 상태엔 문제점이 많았다. 첫 번째로 자산 배분 비중이 부동산 100%로 현금성 자산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전세자금 외의 자산이 전혀 없는 이유는 정기적금 만기금으로 계속 전세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전세자금으로 들어가 있는 돈은 아무 곳에도 투자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전혀 없는 돈이다.
전세 규모는 미혼여성이 혼자 살기에 적지않은 규모인 것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 전세 규모를 키워간다면 과도한 관리비까지 2중으로 낭비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전세금 규모를 1억원 정도로 줄이고 3000만원은 당장이라도 결혼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현금성 자산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모든 적금이 정기적금을 포함한 금리형 상품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저금리시대인 만큼 이자만을 통해 자산 증식을 이루긴 어렵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하다. 안전성이 걱정이라면 적립식펀드를 활용하면 좋다.
적립식펀드는 소액으로 주식을 분할 매수, 위험을 낮추고 수익 가능성은 높일 수 있는 상품이다. 잘 이용하면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훌륭한 투자상품이다.
가입 시기는 증시가 최고점에 있을 때다. 증시가 좋지 않을 때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는 오해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 증시가 좋으면 주식 매입 비중이 줄고, 좋지 않으면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세 번째로 소득 공제를 목적으로 25만원씩 연금저축에 가입해 놓고 노후준비를 마친 것으로 오해를 해서는 안된다. 월 25만원으로는 노후 연금이 충분하지 않다. 50만원, 100만원도 마찬가지다. 소득 활동을 할 수 없는 노후에 대비, 연금의 증액과 함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준비한 자만이 ‘여풍당당’ 누린다
2011년부터 연금저축에 대한 소득 공제 혜택은 연간 400만원으로 늘었다. 소득 공제 연금 납입액을 매월 30만원으로 늘리고 소득 공제 혜택 잔액은 연말에 한꺼번에 납입하도록 했다. 나머지는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되는 투자형 연금인 변액연금에 가입했다.
조정 후 노후설계란 포트폴리오 본연의 목적 달성이 수월해졌다. 첫 번째로 부동산자산 외에 금융자산을 보유해 큰 효과를 거뒀다. 당장 필요할지 모를 결혼자금부터 저축의 최종 목적인 노후자금까지 시간에 대한 분산과 금리형 저축, 펀드형 투자를 병행해 위험에 대한 분산을 실시했고, 저금리 시대에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소득도 적지 않은 편이어서 모든 면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도 구성되었으므로 원칙을 지키면서 꾸준히 실천하고, 또 관리 받는다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의 돈이 준비되는 마법 같은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모든 사람들이 저축과 투자의 방법을 선택할 때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의구심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다만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독학으로도 공부할 수 있지만 좋은 선생님이 있다면 더 빨리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인 셈이다. 재무설계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경로를 찾기가 수월하다.
재테크의 기본은 돈을 굴리는 게 아니라 돈을 지키는 것이다. 어떤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소득만 믿고 있다간 골드미스에서 올드미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가에선 골드미스를 위한 무료 재무설계를 해주는 곳이 많다.
아직도 혼자 고민하고 있는 골드미스가 있다면 꼭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봐야 한다. 세상에 혼자서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는 독불장군은 없다.
■윤호영 하나HSBC생명 파이낸셜플래너
ING생명을 거쳐 하나HSBC생명 BEST지점에서 근무 중이다. 보험·세무를 전문분야로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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