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만든 자동차 시트, 아토피를 예방해주는 유기농 속옷, 페트병ㆍ폐어망을 재활용해 만든 티셔츠…. 기존의 '섬유'라는 틀 안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들이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친환경 섬유제품이 업계에서는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친환경 섬유에서 섬유산업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들어 우유, 옥수수, 미역, 다시마 등 식탁에서나 맛보던 먹을거리는 옷장까지 점령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코드가 상품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자연에서 추출해 낸 소재가 옷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100% 옥수수로 만든 섬유도 최근 언론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옥수수 네 개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 수 있고, 생산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양도 기존 화학섬유의 30% 수준에 불과해 친환경적 섬유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옥수수 섬유는 또 실크와 촉감이 비슷해 반응도 좋다. 토양에서 6~7년이 지나면 완전히 분해되는 '에코' 섬유라는 점도 주목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로 만든 섬유도 있다. 해조류는 미네랄, 아미노산을 대량 함유하고 있어 의류로 착용하면 혈액순환 개선, 신진대사 촉진, 노화방지, 항박테리아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하니 '비타민' 섬유가 따로 없다. 천연섬유가 품질뿐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셈이다.
또 한지는 곰팡이 등 세균을 막아주고 냄새까지 없애주는 친환경 자동차 소재로 변신했다. 우유섬유는 신선한 우유에서 단백질과 아미노산 등을 뽑아내 만든 섬유로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한다.
이 같은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섬유들은 석유가 주원료인 화학섬유와는 달리 땅에 묻으면 수년 내로 썩어 없어진다. 덕분에 '스마트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자녀들의 아토피 피부질환을 걱정하는 부모들, 피부미용에 민감한 여성들에게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또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를 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에게도 천연섬유로 만든 제품들은 각광을 받고 있다.
천연섬유는 아니지만 환경오염 부담을 줄인 신기술로 만든 섬유도 '친환경'으로 발전하는 섬유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에 원사를 공급하는 국내 한 섬유업체는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페트병 다섯 개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적용시켜 올해 1500만개의 페트병으로 옷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폐기처분하던 페트병을 섬유의 소재로 다시 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인,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와 맞물려 세계 친환경 섬유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환경에 관심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의류가 일반 화학섬유로 만든 의류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친환경 섬유시장은 듀폰, 도레이 등 미국과 일본업체들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국내 화학섬유업체들은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친환경 섬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세계 섬유산업의 미래 '먹을거리'는 친환경 제품이 주도해 나갈 것이다.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 섬유산업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관심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요구된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섬유산업이 지속가능한 친환경 산업구조로 개편되어 세계 섬유시장을 주도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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