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내수 활성화'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과제로 제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언뜻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장과 상충돼 보인다. 박 장관이 정책의 뿌리를 두겠다고 언급한 '콜렛-헤이그 규칙(Corllet & Hague Rule)' 때문이다.
콜렛-헤이그 규칙은 최적소비과세 이론이다. 여가 관련 소비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대신 근로를 장려하는 분야에 세금을 깎아줘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추구한다.
정책에 담는다면, 주말이나 성수기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려 받는 대신 출퇴근 시간대 버스·지하철 요금을 깎아준다거나 고용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는 형태가 될 수 있다.
헷갈리는 점은 내수 살리기와 소비 확대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주고, 남해안 레저산업 활성화 등을 추진한 것 역시 죽어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과 그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박 장관이 서로 다른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재정부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한 내수 활성화는 경기 부양과는 다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급랭기에 돈을 풀거나 세금을 깎아줘 소비를 권장하던 것과 달리 이번 내수 활성화는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투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박 장관도 그런 뜻을 담아 최적소비과세 이론을 언급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 정부의 마지막 경제 수장이 될 박 장관도 윤증현 전임 장관이 추구했던 내수 활성화 지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길을 택하리라는 전망이다. 예상 경로는 영리 의료법인 도입 등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를 포함한 이른바 4대 분야(의료·방송·교육·에너지) 진입 규제 완화와 이를 바탕에 둔 기업 투자 유도 등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김 연구위원은 "내수 활성화를 얘기할 때 흔히 수요나 소비 확대를 떠올리지만, 이런 정책은 내수 확대 속도를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해 대개 실패한다"고 했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지 않은 채 내수 확대가 이뤄지면 교육이나 의료, 레저를 위한 수입이 늘고, 서비스 수지 적자가 커져 경상수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서 "박 장관의 최적소비과세 이론은 결국 근로를 장려해 내수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의 키를 잡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해석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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