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라디오존데 등 최첨단 장비를 탑재한 국내 최초 기상관측선박 기상1호. 우리나라 기상관측 역사의 새 장을 연 '물건'이지만 단점도 있다. 500t급에 불과해 외력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선체 길이에 비해 폭이 상대적으로 좁아 옆면을 때리는 파도에 배가 심하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요소를 없애고 배와 선박승무원들의 안전을 담보하려 기상청이 특별히 선발한 사람이 있다. 경력 20년의 베테랑 항해사 류동균(44ㆍ사진) 선장이 주인공이다.
1991년부터 항해를 시작해 주로 4000~5000t급 초대형 선박을 몰고 북태평양 등을 누비던 그가 기상1호 선장 자리를 수락한 건 기상1호의 의미와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류 선장은 지난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상1호는 선체의 특성상 작은 파랑에도 심하게 흔들리거나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면서 "위험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절묘한 운영의 묘를 살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류 선장은 또 "기상1호가 우리나라 기상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다"면서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선장이 기상1호를 책임진 건 기상1호의 의미가 컸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전을 고려한 기상1호 특유의 장치와 설비 또한 그의 구미를 당긴 요소였다. 류 선장 눈에 무엇보다 먼저 들어온 건 '안티 롤링 탱크 시스템'이다. 류 선장은 "기상관측이라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려면 장기간 동안 바다 한 가운데 떠 있어야 하고 파랑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안티롤링탱크시스템이 배의 중심을 잡고 파랑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다른 배에서는 보기드문 특별한 장치"라고 말했다.
'기상1호' 선장에게 필요한 또 한 가지 요소는 다름 아닌 '시야 확보'다. 아무리 훌륭한 장치가 있어돟 출렁이는 파도와 해류를 선장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류 선장은 "기상1호의 경우 다른 대형 선박과는 달리 조타실 전면이 유리로 돼있다"면서 "바람이나 기타 이물질에도 손상되지 않도록 특별히 제작된 유리"라고 설명했다. 류 선장은 또 "기상관측선은 해수와의 접촉 시간이 길어 부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데 기상1호의 경우 선체부식방지시스템(ICCP)을 적용해서 부식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선장은 "최초라는 수식어보다는 사명감으로 일할 것"이라며 "안전을 위한 첨단 시스템과 장비가 도입된 만큼 안전 항해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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