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들 “정부 요청에 4개월간 동결..더는 못버텨”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E1과 SK가스 등 LPG 수입사들이 다음달 LPG 판매 가격 결정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이 들어올 것은 불 보듯 뻔하지만 이번 달까지 가격을 동결하면 5개월 넘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LPG 국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이미 '비등점'을 넘었다.
27일 LPG 수입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으로 4개월간 가격을 동결했지만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달 국제 가격이 크게 올라 인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내 LPG의 80% 이상을 공급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이달 LPG 가격을 전월에 비해 많게는 t당 100달러 이상 올렸다.
차량용으로 쓰이는 부탄 5월 거래가격은 t당 995달러로 지난달보다 105달러 인상, 2008년5월 이후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정용 프로판도 전월대비 70달러 오른 t당 945달러로 지난 1월에 기록한 최고가인 935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 때문에 다음달 LPG 가격이 오르게 된다면 그 인상폭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PG 수입업체는 매달 아람코 가격에 환율, 각종 세금, 유통 비용 등을 반영해 공급가격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4개월간 누적된 가격 인상 미반영분도 부담이다. 프로판과 부탄 국제 가격은 12월 t당 900달러를 넘은 이후 이달까지 800~900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많게는 30% 이상 올랐다. 그러나 국내 가격은 작년에 비해 10%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정부가 해법으로 제시한 LPG와 LPG 제조용 원유 무관세 조치도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2%에서 연말까지 0%로 낮추기로 했지만 kg당 20원대 인하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없이 기업에게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감내하라는 주문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가격 미반영분 누적 규모가 500억원 수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부의 가격 동결 요청을 무시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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