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측면에서도 골프강국 호기, 한국적 컬러 더해야 국가브랜드 성장 가능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아쿠쉬네트 한국호'의 시너지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 기업의 아쿠쉬네트 인수로 지구촌 골프용품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아쿠쉬네트가 바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 다양한 명품 골프브랜드들을 거느리며 연매출 13억 달러에 영업이익 8000만 달러를 자랑하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골프계에서는 일단 미래에셋 사모펀드(PEF)와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의 전격적인 아쿠쉬네트 인수에 대해 최경주(41)와 양용은(39) 등 '메이저챔프'까지 배출하며 세계프로골프투어를 지배하기 시작한 한국이 이제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골프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호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아쿠쉬네트 "인수 과정은"= 미래에셋-휠라 컨소시엄은 지난 20일 미국 포춘브랜즈와 아쿠쉬네트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측은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을 공동자문사로 구성해 장장 4개월에 걸쳐 다른 글로벌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인수액은 12억2500만 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4% 수준이다.
5억 달러 규모의 산업은행 인수 금융에 연기금 출자자(LP)로 구성된 미래에셋-휠라 컨소시엄에서 나머지 자금을 조달한다. 컨소시엄은 미국 현지에 홀딩컴퍼니를 설립해 올해 3분기 중에는 인수를 마무리하고, 윤윤수 휠라 회장이 아쿠쉬네트 본사로 출근해 최고 경영자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아쿠쉬네트 인수는 포춘브랜즈가 지난해 헤지펀드 퍼슈잉스퀘어캐피탈의 압력에 굴복해 올해 6월까지 자회사인 아쿠쉬네트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출발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캘러웨이, 브리지스톤 등이 곧바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아디다스와 캘러웨이 등은 그러나 미국내 독과점금지법을 피해기 어렵다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미래에셋-휠라 컨소시엄은 반면 반독점 심사시간이 소요되지 않아 시간이 지연되지 않는데다가 딜 클로징에 대한 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아쿠쉬네트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한 보장이나 향후 아시아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공략 계획 등도 가산점을 받았다.
▲ 아쿠쉬네트 인수 "시너지 효과는"= 미래에셋-휠라 컨소시엄은 먼저 아쿠쉬네트의 탄탄한 시장 지위와 안정된 수익 구조에 대한 '기대치'를 부풀리고 있다. 실제 타이틀리스트 골프채와 골프볼, 보키 웨지, 스카티 카메론 퍼터, 풋조이 골프화 등 대다수 브랜드들이 이미 골프용품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품목들이다. 골프볼과 골프화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70%와 60%에 육박하고 있다.
윤윤수 휠라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맡게 되면 아시아시장에 걸맞는 신모델 개발과 제품 소싱의 다양화 등을 통한 원가 절감을 더해 기업 가치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휠라의 강점인 의류를 접목하면 골프채에서 의류까지 아우르는 토틀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도 있다.
핵심은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시장이다. 아쿠쉬네트의 시장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아시아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기득권을 토대로 시장점유율을 최고로 높일 수 있다. 윤윤수 회장 역시 "골프는 2016년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전망이 밝다"면서 "특히 중국 등 아시아시장에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아쿠쉬네트가 한국의 국가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러나 보완책도 필요하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고, 모든 매입과 매출, 납세, 고용 등이 발생한다는 대목이다. 일부에서 "한국 자본이 투입된 기업일 뿐이지 진정한 국산골프용품메이커로 볼 수 없다"면서 "부가 가치가 높아져도 현재로서는 배당금을 받는 정도의 실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아쿠쉬네트의 성장과 더불어 국산골프용품산업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또 발전하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그저 한국이 보유한 기업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한국적인 색채로 골프강국과 최고의 골프브랜드가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근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아쿠쉬네트의 다음 항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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