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 1㎓ 듀얼칩 장착 후 ‘듀얼 코어 폰’ 봇물
CPU 스펙 높이려다 안정화 저해 부작용도
최근 휴대전화 제작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는 ‘듀얼 코어 제품 제작 경쟁’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마다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듀얼 코어 칩 장착’이다.
그동안 출시됐던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1㎓ 싱글 코어를 장착했다. 나름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고 했던 아이폰이나 갤럭시S, 디자이어, 옵티머스 원 등의 스마트폰도 모두 싱글 코어 스마트폰이었다.
하지만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1㎓ 듀얼 코어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2X’를 올해 초에 출시해 듀얼 코어 스마트폰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국내 시장에서 부활을 노리고 있는 모토로라도 1㎓ 듀얼 코어를 장착한 ‘아트릭스’를 공개한데 이어 삼성전자가 1.2㎓ 듀얼 코어 칩을 장착한 갤럭시S 2를 출시해 전편(前篇) 갤럭시S의 인기 돌풍을 이어가겠다고 나섰다.
삼성과 더불어 세계 5대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꼽히는 HTC는 1.2㎓ 듀얼 코어 칩을 장착한 ‘센세이션’을 내놨고,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랭킹 2위인 팬택은 역대 출시된 스마트폰 칩 중 최고 사양인 1.5㎓ 듀얼 코어를 장착한 ‘베가 레이서’를 출시했다.
듀얼 코어가 대체 뭐기에 통신업계의 관심이 모두 그 곳으로 쏠린 것일까? 싱글 코어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하는 듀얼 코어의 위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연말께 트리플 코어 등장 예고
듀얼 코어에 대해 이해하려면 컴퓨터의 CPU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컴퓨터의 CPU나 스마트폰의 CPU 모두 똑같은 원리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성능을 가늠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되는 것이 바로 기본 사양표다. 여기에는 해당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의 항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특히 가장 상단에는 대부분 ‘CPU’라는 항목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컴퓨터에서 CPU는 전반적인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기 때문이다.
CPU에서 코어란 CPU 내장 연산처리회로의 일부분으로, CPU 회로의 핵심 부분에서 캐시 메모리를 제외하는 반도체 회로 부분이다. CPU의 연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1개의 CPU 당 1개의 코어만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다중 코어의 CPU는 전문가용 컴퓨터에만 장착될 뿐 대중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2개의 코어를 갖춘 듀얼 코어 CPU인 인텔의 ‘펜티엄 D’와 AMD의 ‘애슬론 64 X2’가 등장하면서 다중 코어 CPU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4개의 코어를 갖춘 쿼드 코어 CPU가 등장했으며, 2008년에는 듀얼 코어와 쿼드 코어 사이의 3개짜리 트리플 코어 CPU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6개짜리 헥사 코어도 등장했다. 물론 듀얼 코어 이상의 CPU는 PC에 장착됐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코어의 한계는 아직까지 2개다.
이르면 연말에는 3개의 코어가 장착된 트리플 코어 스마트폰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퀄컴을 비롯해 TI, 엔비디아 등 주요 스마트폰 프로세서 업체들의 로드맵에 쿼드 코어 관련 제품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도 연말이나 2012년 초 쯤 쿼드 코어 이상의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사전 테스트 소홀 버그 발생 불만도
쿼드 코어 스마트폰의 속도는 듀얼 코어의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CPU의 처리 속도를 나타내는 클록은 2㎓를 넘어 최대 2.5㎓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스마트폰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어가 많다는 것과 CPU의 연산 속도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쉽게 말해 몸은 하나인데 일하는 머리가 두 개라고 이해하면 된다. 코어는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늘어난 개수만큼 실제 CPU를 장착한 것과 유사한 성능을 내기 때문이다. 즉, 듀얼 코어 CPU는 일반적인 싱글 코어 CPU가 두 번에 걸쳐 처리해야 하는 작업을 한 번에 끝낼 수 있어 훨씬 빠른 속도로 전반적인 프로그램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다중 코어 CPU는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을 실행할 때 진정한 성능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이나 동영상 인코딩 프로그램, 고화질 게임, 혹은 파일 압축 프로그램이 다중 코어의 효력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듀얼 코어 스마트폰은 애플리케이션 및 웹 브라우징 구동 속도의 고속화를 앞세워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버그다. 당초 듀얼 코어 스마트폰이 출시됐을 때에는 시스템을 안정화시켜 싱글 코어에서 발견됐던 버그들을 해결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 2와 모토로라 아트릭스, 스카이 베가X 등 듀얼 코어를 장착한 국내 스마트폰에서 통화 도중 전원 오류 현상이나 화면 터치 먹통, 액정 화면 작동 불능, 카메라 플래시 작동 오류, 애플리케이션 오류(일명 ‘튕김 현상’) 등의 버그가 발견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왜일까? 바로 제작 업체가 더 빠른 속도 구현에만 몰입한 나머지, 출시 전 사전 테스트 등 검증 과정을 소홀히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나치게 스펙을 높이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품질 문제를 소홀히 한 것이다. 미흡한 사전 조치가 불러온 재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의 특성상 복잡한 앱 사용 과정도 버그 발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케팅 경쟁에 밀려 제작 업체의 사전(事前)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제조사들이 반성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으로 풀이되고 있다.
임성재 팬택 마케팅본부장은 “스마트폰 칩의 오류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사람이 만드는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모든 제품이 완벽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앞으로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그렇겠지만,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철저히 실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코노믹 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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