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외환銀 대형매물 놓고 금융수장 각축
산은 강만수·우리 이팔성, 우리금융 줄다리기
어윤대·김승유회장 복병..김석동의 입에 촉각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김민진 기자, 박민규 기자, 이지은 기자, 김은별 기자]금융권의 초대형 인수ㆍ합병(M&A)을 둘러싼 '용(龍)들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총 자산 346조원 짜리 우리금융지주와 자산 102조원의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와 이를 둘러싼 금융계 수장(首長)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싸움에 나선 용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계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빅 4'로 이미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버린 형국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재매각 방침과 관련 "경쟁입찰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산은금융 밀어주기 논란을 경계하는 동시에 여타 지주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이 모든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다.
◆강만수·이팔성 각축..여전히 진행형=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리금융 재매각 방안은 산은금융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자회사 분리매각에서 일괄매각으로 방향을 전환한데다 입찰 참여 최소 지분도 30%로 못박아 민간금융지주와 소규모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할 때의 최소 인수지분 비율도 95%에서 50%로 낮아질 것으로 보여 강 회장 주도의 '메가뱅크'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은금융은 공자위 발표이후 "향후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독일 도이체방크 등 '벤치마킹 모델'까지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정부가 컨소시엄의 입찰 참여를 허용하면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방법을 찾아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에도 우리은행 거래 고객인 포스코와 해외 기관투자가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었다. 입찰참여 조건인 '우리금융지분 30% 이상 인수 또는 합병(인수 및 합병 포함)'을 해석하는 데 분주하다. 컨소시엄이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면 정부 보유지분 30% 이상을 매입할 길이 사라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컨소시엄으로 10조원을 모은 만큼 지분 30% 규모를 모으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윤대, 우리금융 인수의 다크호스=금융권에서는 KB금융을 우리금융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는다. 해외에서는 맥쿼리(Macquarie) 투자은행 등 강소(强小)은행의 성공사례가 더러 있지만 국내 금융계의 현실에서 단기간 성장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재료로 M&A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아직 준비가 안됐다", "매각공고가 났을 때 안들어가면 못하는 거 아니겠냐" 등의 직ㆍ간접 표현을 통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걷히지 않는다.
박경서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장은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 "우리금융 인수 주체자가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을 누가 인수하더라도 KB금융이 탐내는 우리투자증권의 재매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침 어 회장은 지난 주말 "우리투자증권에 관심이 많고 분리매각을 한다면 인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었다.
◆"외환 안되면 우리"..고민하는 김승유= 하나금융은 일단 외환은행 인수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론스타와의 계약연장을 위해 하는데까지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론스타가 계약 연장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마련한 5조원 가량으로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우리금융 M&A를 준비하다가 정부의 매각 연기로 발을 뺐다. 다만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M&A 참여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금융 민영화는 법률적 이슈가 (외환은행 인수보다)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키맨(Key man) 김석동의 결정은=이날 김 위원장은 "산은금융은 우리금융 인수 희망자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시장에는 우리금융 인수를 희망하는 강력한 후보들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가 기정사실화되는 게 부담스러워 한 발 뺐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보다는 국가 주도의 '메가뱅크' 조성에 민간 지주사들을 적극 참여시켜 판을 키우겠다는 속내가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우리금융 매각에 산은금융만 참여할 경우 흥행 실패는 물론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산은금융이 주도하는 메가뱅크에 다소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솔직히 우리금융과 산은이 합친다고 메가뱅크가 되겠느냐"며 "산은은 민영화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으로 미뤄 다른 지주사들이 물밑으로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최고 금융회사를 지향한다면 일괄매각되는 우리금융이 여전히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며 "우리금융 민영화와 글로벌 대형은행 탄생을 동시에 꿈꾸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다른 지주사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김민진 기자 asiakmj@
박민규 기자 yushin@
이지은 기자 leezn@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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