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결과 발표를 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과학벨트 후보지로 대전 대덕R&D특구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사전에 알려지자 입지를 두고 경쟁했던 영남과 호남은 물론 충청권에서도 반발하고 나섰다.
모두가 '정치논리'와 '나눠먹기'라고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그 비난의 논리를 들여다 보면 각 지역의 이해관계, 그 이상도 이하의 설득력도 없어 보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들 지역 의원들은 유치활동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이다. '최소한 그런 모습이라도 보여야 표심을 잃지 않는다'는 명제는 안타까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이명박 대통령이 논란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초 방송좌담회에서 '과학벨트가 대선 공약사항'이라는 지적에 대해 "내가 선거 유세를 충청도에 가서 이야기했으니까 표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위원회를 발족하면 그 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하고 해서 그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단히 원칙적이고 옳은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같은 말이 결과적으로 혼란을 초래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대통령이 지게끔 돼있다. 대통령으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원칙대로, 경제논리대로 하자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에 그렇다.
대통령이 말한 '무의미한 정치적 논란'이 대통령으로 인해 증폭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 여당 내부의 균열은 더 심각하다. 이 대통령에게 찾아온 레임덕(권력누수)의 그림자도 부쩍 선명해지고 있다. 문제는 국정 전반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는 원천엔 바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과학벨트 선정과정에서 가장 큰 잘못은 대통령이 나서 공약을 백지화하고, 영호남 지역에 쓸데 없는 기대감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이나 LH 이전 문제로 마음이 상한 영남과 호남은 과학벨트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말은 엄중하다. 그런 말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쌓는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같은 신뢰 속에서 형성된다. 건설 현장에서의 리더십과 국정 운영에서의 리더십은 차원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충심(忠心)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것을 섭섭해하기 이전에, 민심과 교감할 수 있는 대통령의 '언어'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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