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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영토를 넓히자]10살 아이들의 창의력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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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영토를 넓히자]10살 아이들의 창의력 놀이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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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대한민국 창의영토를 넓히기 위해 굳이 먼 곳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아이들의 몸으로 뛰어노는 곳 어디나 '창의'를 길러주는 교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뛰어노는 놀이터'가 그런 곳이다. 지난 25일 찾아간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미래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상상력 인큐베이터였다.

지난 3월부터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한 놀이터에는 10살 동갑내기 어린이 15명이 김성조(29)ㆍ김동규(30) 디자이너와 함께 직접 생활소품을 디자인해보고 제작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었다. 디자이너가 된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간단하다. '창의력이란 새로운 물건을 발명해내는 게 아니라 늘 보던 물건에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이다'


"기분이 나쁜 사람들도 이 의자에 앉으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어요." 시각영역 프로그램 '디자인 업(Design Up)'에 참가 중인 김경선(10) 주니어 디자이너가 베리굿 의자를 만든 이유다. 어른들이 '어떻게 하면 더욱 편안한 의자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할 동안, 경선이는 '앉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의자는 없을까'를 생각해 냈다. 의자의 편안함에 몰두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의자가 주는 기쁨을 생각한 것이다.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든 손 모양의 베리굿 의자는 경선이가 아이디어 노트 한 귀퉁이에 그려놓은 걸 디자이너 선생님이 발견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성조 디자이너는 "아이가 그냥 떠올린 생각인데 유심히 보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모습이 묘하게 의자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며 "아이의 간단한 스케치에서 디자인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신체 중 특히 손은 예술의 소재로 많이 이용되지만, 이를 의자의 소재로 삼은 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창의영토를 넓히자]10살 아이들의 창의력 놀이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모습은 세계 어딜 가도 '최고'를 의미한다. 경선이는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이 의자에 앉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이의 상상은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는 베리굿 의자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제로 의자 제작을 의뢰했다. 2시간 동안 점토를 가지고 의자를 만들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보다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드는 게 아이들에게 더 의미있는 경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전문인력과 공간도 확보했다. 서울시창작공간 중 하나인 문래예술창작촌의 입주 작가 5명이 현재 아이들의 디자인을 작품으로 제작 중이다. 아이들은 제작단계에도 작가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눈다. 의자에 앉았을 때 푹신푹신했으면 좋겠다는 경선이의 의견은 의자를 만드는 재료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선이의 베리굿 의자 외에도 연필을 꽂으면 고슴도치가 되는 연필꽂이, 원숭이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디자인의 옷걸이 등 프로그램에 참가한 주니어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는 일상적인 물건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게 만든다. 사람들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편리함이 주지 못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창의영토를 넓히자]10살 아이들의 창의력 놀이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



이런 아이디어들이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는 지난 3월 28일부터 5주 동안 매일 하루에 1시간30분씩 아이들과 전문 디자이너들이 얼굴을 맞댔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는 사고력이 확장되고,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내는 시기인 6~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집했다. 김성조ㆍ김동규 디자이너는 "아이들과 교류하는 장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째 주에는 아이들이 디자인의 개념을 이해하고, 일상 생활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을 다시 디자인해보면서 재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참가한 박진경(25) 교사는 "아이들은 흔히 보았던 물건들이 디자인 재료가 되는 과정을 신기해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둘째 주에는 아이들이 제작을 원하는 물품을 디자인하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스케치를 점토로 입체화하면서 실제로 만들면 어떨까 토론해 보았고, 자신의 작품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이 직접 시각화ㆍ입체화한 작품은 이제 서울시창작공간 작가들의 협조를 받아 실물 제작에 들어갔다.


김성조 디자이너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많은 지시와 제안을 하면서 방향을 잡아줘야 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지시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연필을 꽂으면 고슴도치가 되는 연필꽂이를 디자인한 조재완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처음에는 흰 도화지를 주고 꾸며보라고 하면 막막해했는데, 어느 날 재완이가 스스로 디자인한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필을 만들면서 자신의 사진을 오리고 남은 부분을 버리지 않고 조각들을 모아 그림을 만드는 걸 보고 놀랐다"며 "이제 아이들이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스스로 알게 됐고,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유진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총괄 매니저는 "창의적인 사람은 창의적인 생각을 계속 하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며 "놀이터가 그런 단초를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창의력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전시된다. 15명의 어린이 디자이너들이 안내인이 되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창의영토를 넓히자]10살 아이들의 창의력 놀이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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