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J그룹 촉각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두고 진실공방이 뜨겁다. SK와 CJ그룹 등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직결돼있는 문제인 만큼 한 주 뒤 4·27 재보궐 선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논란의 단초가 된건 21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갑작스럽게 기자실을 찾아 "시행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일단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데에 정부와 여야가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에선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합의 사실을 부인했다.
공정거래법 처리에 세간의 관심이 높은 건 여러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의 경우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오는 6월 말까지 SK증권을 매각해야 한다. 시한 내에 보유한 지분을 내놓지 않을 경우 공정위의 지분 매각 명령과 더불어 최대 18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다.
오는 9월까지 CJ창업투자를 매각해야 하는 CJ그룹도 속이 타는 건 마찬가지다. CJ는 앞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CJ투자증권을 내놨지만, 여전히 금융회사인 CJ창투를 보유하고 있어 규제 대상이 된다.
그런데 야당에선 왜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걸까. 공정위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합의 처리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온 법안을 이제와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당초 공정위는 일반지주회사 아래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둬 금융과 산업을 통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 정무위는 결국 절충안을 찾았다. 일반지주회사 밑에 중간지주회사를 두고, 그 아래 다시 금융회사를 둬 '금산 반통합' 형태를 승인하자고 결론을 냈다. 자금지원과 주식보유비율 등을 제한한다는 단서 조항도 달았다. 지난해 4월 법사위로 넘어온 개정안의 얼개다.
하지만 이후 기류는 급변한다. 줄곧 금산분리를 주장해온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 위원장을 맡으며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박 의원은 공정위를 향해 "법안이 처리되면 특혜를 받게 될 기업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앞서 매각에 나선 기업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맞출지 대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더해진 '청와대 압력설'은 회기 내 법안 처리 가능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변수다. 고려대 동문 사이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만난 사실을 두고 야당은 '청와대 로비설'을 주장하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SK그룹은 말을 아끼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여야가 법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면 그룹으로서는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과거에도 미디어법 처리 문제 등과 맞물려 법안 처리가 미뤄진 일이 있다"면서 "추후 논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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