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빛나는 밤에> MBC 밤 11시 5분
매회 게스트들과 관련된 세트에서 녹화를 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MC들과 게스트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이는 <추억이 빛나는 밤에>가 ‘추억’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포맷이다. MC인 류시원과 이경실, 이홍렬, 김희철은 누군가의 추억을 그저 아름다운 풍경처럼 감상한다. 7,80년대 최고 인기드라마였던 <수사반장>팀이 출연한 어제 방송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방식 안에서 게스트인 최불암과 조경환, 김상순, 이계인은 네 명의 MC들 중 누구와도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못했다. MC들은 <수사반장>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등 기본적인 질문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고 그마저도 토크의 흐름을 끊으며 던져졌다.
이러한 진행은 게스트들에게 무관심했다기보다 오히려 너무 충실하려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반장>에서 최불암은 왜 최 반장이 아니라 박 반장이었을까”라는 질문은 갑자기 80년대 유행했던 ‘최불암 시리즈’로 이어졌고, 작품 속 형사들의 패션코드와 본의 아니게 알게 된 범죄 노하우에 관한 이야기가 두서없이 튀어 나왔다. 담을 만한 내용은 많았던 반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의미다. 적어도 MC 각자에게 <수사반장>에 얽힌 어떤 기억이 있는지, 방송을 한 번도 본적 없는 83년생 김희철은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지 정도는 나왔어야 했다. 그 과정이 없었기에 어제 <추억이 빛나는 밤에>는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되새길 시간을 주지 않고 황급히 달려가는 모양새가 됐다. 그 결과 토크는 맥락 없이 표류하고 게스트들의 발언은 ‘그땐 그랬지’라는 되새김에 그치고 말았다. 방송 말미에 조경환은 “세시봉이 다시 뜬 것처럼 <수사반장>도 다시 돌아올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신드롬을 일으키기에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내공은 너무나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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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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