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중간·기말고사 사라진 초등학교, 되레 학습부담 늘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4초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난 3월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가 폐지되고 수시평가가 도입됐다.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의 성적평가를 단원별 수시평가로 대체하라는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도 이에 질세라, 초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를 장기적으로 폐지 또는 축소하고 상시 평가로 유도할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수시평가의 전면적인 도입 이후 두 달 가량의 시간이 흘렀지만 일선 학교는 정책 의도와는 달리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부담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학기당 수 십 차례 치러지는 수시 평가는 학생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시험에 지치고, 교사들은 출제와 채점이 반복되면서 업무에 치인다.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값진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교육 당국이 현장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구의 A초등학교는 6학년 1학기 지필평가를 총 13회 실시하기로 했다. 2~3단원씩 묶어서 국어 3회, 수학 3회, 사회 3회, 과학 2회, 영어 2회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지필평가와는 별도로 치러지는 수행평가는 1학기 동안 체육, 음악, 미술 등을 포함해 총 43번 치른다. 계획에 따르면 이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1학기 동안 모두 56번의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김가윤 학생(13)은 "개학하고 나서 지금까지 수행평가를 포함해 10번 정도 시험을 본 것 같다"며 "단원이 끝날 때마다 보는 쪽지시험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일 시험을 치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느끼는 학습 부담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연보경 학생(13)은 "매일 매일 복습해야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1학기에 두 번씩 시험을 볼 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수학만 가르치던 과외선생님이 이제는 수시평가가 예고될 때마다 전 과목을 다 봐주시게 됐다"고 말했다.


선생님 역시 출제와 채점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호소한다. 전담교사가 있는 교과목을 제외하고는 담임교사가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출제를 도맡다보니 매일 시험문제와 씨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동숙 교사는 "평가방식이 바뀌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면적인 시행에 앞서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아이들은 시험치는 횟수가 늘어나서 부담스럽고, 교사들은 시험결과가 가정에 통보되기 때문에 출제에서부터 채점에 이르기까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학부모 중에서는 바뀐 평가방식에 대해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는 분들이 많아 수시평가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험제도가 바뀌자 혼란스러운 건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3ㆍ6학년 자녀를 둔 김희정(42)씨는 "시험이 계속 되다보니 아이들이 오히려 쉴 시간도 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며 학습 부담감이 예전에 비해 늘어난 현실을 우려했다. 또 김씨는 "수시평가로 전환되면서 성적 산출이 아닌 학습목표 도달 여부가 평가의 핵심지표가 되다보니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간·기말고사를 볼 때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어떤 과목을 잘하고 어떤 과목이 부족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며 "올해부터는 아이가 시험결과를 알려줄 때마다 몇 개 정도 틀렸는지 알 수 있을 뿐, 전반적인 수준을 가늠할 수 없어 오히려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면적인 도입으로 인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같은 날짜에 같은 문제로 치르는 일제고사식 평가 대신 학급별로 시험을 치르다보니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업무경감을 위해 시험문항을 개발해 만든 예시자료집을 다음 주부터 학교 당 9권씩 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시험방식이 바뀐 이후 교육청으로 '왜 시험을 안 보냐' 또는 '왜 이렇게 시험을 자주 보냐'는 등 학부모들로부터 전화가 꾸준히 걸려온다"면서 "결과중심이 아닌 과정중심으로 평가체계가 큰 변화를 겪은 만큼 학부모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