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 김도형 기자]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1일 저녁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300여명의 학부모를 앞에 두고 '꿈의 학교 행복한 서울교육'을 주제로 강연했다. '1등'을 향한 경쟁의 고삐를 늦추고 창의ㆍ인성 교육과 진로ㆍ직업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이날 강연은 취임 9개월 넘긴 곽 교육감 교육철학의 종합판과 다름없었다. 동시에 3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 그에게 어떤 숙제가 던져져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한국이 종합 1등을 차지한 이야기를 꺼낸 곽 교육감은 "75개국 중에서 1등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 교육이 정말 1등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만큼 아이들이 치른 희생, 우리 사회가 치른 희생이 크다는 얘기다.
그는 "학력 1등을 만들기 위해 학부모들의 등골은 휘고 아이들은 학습 흥미도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1등에 매달릴수록 교육 모순은 더 심해진다"며 "핀란드에 비해 돈은 10배, 학습시간은 1.5배 이상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곽 교육감은 창의ㆍ인성교육과 진로직업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뜻과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 의지도 강하게 밝혔다. 사실 이런 곽 교육감의 이야기들은 그동안 충분히 밝혀왔던 얘기들이다. 이날 강연을 뒤집어보면 3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 곽 교육감이 해결해야 할 '숙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학력 향상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곽 교육감은 이날 스스로 "핀란드를 제치고 당당히 1등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이것이 지속가능하다면 우리는 20년 뒤에 풍요와 번영을 예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국제학력평가에서 종합 1등을 차지했다고 하지만 서울은 지난해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전국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발표된 지난해 수능성적 분석결과는 서울 지역의 학력 격차가 극심하다는 것을 다시 입증하기도 했다.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를 줄이겠다고 천명한 곽 교육감은 학력 향상과 학력격차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이다.
창의ㆍ인성 교육, 진로ㆍ직업 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보다 긴밀히 협의하면서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곽 교육감은 진로ㆍ직업 교육 역시 꾸준히 강조해 왔지만 지난해 서울 시내 전문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왔다. 2001년 당시의 61.9%에 비하면 삼분의 일 이상으로 줄어든 것이다.
창의ㆍ인성 교육 분야는 곽 교육감과 교과부가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힘을 모아서 학교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이날 곽 교육감은 "성과가 1~2년 안에 드러날 만큼 바뀌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첫 발을 뗐고 기필코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부족한 것을 바로잡는 데에는 늘 깨어있겠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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