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 참석 임원들 현대·기아차 성장에 경계심 밝혀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현대ㆍ기아차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괜한 엄살이 아니라 날이 선 경계심이었다. 지난 3월31일 개막한 '2011 서울모터쇼' 참석차 방한한 글로벌 기업 임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적진 깊숙이 파고든 적장처럼 현대차그룹의 '안방'을 찾은 이들은 급성장하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일제히 쏟아냈다.
수잔 도처티 GM VSSM(해외사업부문 영업ㆍ마케팅ㆍA/S) 부사장은 '밤잠을 설친다'는 다소 거친 표현으로 현대차그룹과 경쟁하는 심적 부담을 털어놨다. 도처티 부사장은 서울모터쇼 기간 중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 기아차의 경쟁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라며 "(현대차와 경쟁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GM은 글로벌 시장에서 839만대를 판매해 현대차그룹(574만대)을 멀찌감치 앞섰다. 하지만 도처티 부사장이 책임지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GM은 지난 해 중국에서 103만3318대를 판매해 현대차그룹(103만6036대)에 간발의 차로 뒤졌다. 브라질에서는 그 격차가 3만1940대로 더 늘었다(현대차 19만1316대, GM 15만9376대). 인도에서는 사실상 '완패'다. 현대차가 35만6501대를 판매한 반면 GM은 9만352대에 그쳤다.
도처티 부사장이 현대차에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바로 이같은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해 5월 미국 본사에서 중국 아시아 지역본부로 옮겨온 그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시장"이라며 녹록치 않은 현실을 토로했다.
사이먼 스프라울 닛산그룹 부사장(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법인)도 서울모터쇼 참석 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몇년 새 현대차가 급성장하고 있다"며 경계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대차가 혁신에 대한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간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닛산은 현대차그룹과 세계 4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처지다. 지난 해 르노-닛산 그룹은 670만대(닛산 408만대, 르노 262만대)를 판매해 현대차그룹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하지만 올해는 르노-닛산이 일본 강진 등으로 위기를 겪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640만대 판매'를 자신하면서 4위 쟁탈전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이안 로버슨 BMW그룹 세일즈마케팅 총괄 사장도 서울모터쇼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과 (한국) 자동차의 성장"을 강조했다. 그가 명시적으로 현대ㆍ기아차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한국 자동차의 위상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현대모비스에 대해 "한국 부품업체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 향후 BMW 그룹 차량의 (한국) 부품 사용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산 자동차 부품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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