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기자회견 통해 동남권 신공항 입장 밝히기로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스위스 골짜기도 소득이 7만불이나 된다. 그 사람들 내륙에 바다가 있나, 비행기가 제대로 돼있나. 큰 비행기를 타려면 옆 나라에 가야 한다. 그래도 다 된다. 우리가 얼마나 생각을 크게 갖느냐, 대구가 분지 생각에 제한돼있고, 그 안에서 네 편, 내 편 가르면 어떻게 발전하겠나. 그렇게 하면 입만 발전하는 거지, 무슨 일이 발전하겠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5일 업무보고를 위해 대구를 방문해 '내륙적 사고', '분지적 사고'를 버려야 대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한계점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동남권 신공항 요구에 대해 우회적 표현을 통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대구가 내륙이라 불리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내륙이면 내륙에 맞게 발전하면 된다"며 "포항하고 도로가 뻥 뚫렸는데 '대구 항구'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 사고만 바꾸면 된다. 한 시간도 안걸리지 않느냐"고 소신을 밝혔다.
꼭 1년이 지났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 시켰다. 경제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둔 점수표를 만들어 입지선정 평가단의 손에 맡겼다. 경제성 없는 국책사업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 정치적인 고려를 할 수 있었지만, 정치 텃밭인 영남권의 인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당장 여당내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가덕도 유치에 나섰던 부산시 의원들과 밀양 유치를 추진해온 대구·경북 의원들은 각각 기자회견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자체적으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첨예한 논란거리로 남게 됐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신공항이 대선공약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지만,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소신에 따라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영남 지역민들에게도 신공항이 혜택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30일 김황식 국무총리로부터 입지선정 평가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고 "마음이 몹시 무겁다"면서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국민께 잘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리가 "밀양과 가덕도 두 군데 모두 신공항을 추진하는 게 어렵게 됐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한참동안 대답을 하지 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배석했던 홍상표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국익 차원에서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하면서 고뇌가 매우 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달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향후 정부정책 방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수석은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지역민들에 대해 이해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공항 보완대책은) 여러 문제와 효과 등을 검토해서 제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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