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재기의 힘찬 날갯짓을 보이던 '우리들의 일밤'(이하 '일밤')이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일밤'은 전국시청률 13.7%를 기록했다. 지난주 방송분이 기록한 11.8%보다 1.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불과 한 달 전까지 4%에 머물던 것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성과다.
그럼에도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상승세를 이끌었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의 결방 탓이다. 지난 20일 방송에서 첫 탈락자로 선정된 김건모에게 서바이벌 원칙을 깨고 재도전을 허락한 것이 발단이었다. PD는 교체됐고, 논란은 여전하다. 재정비를 이유로 한 달간 결방에 들어갔지만 방송 재개 뒤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결방 기간 동안 경쟁력도 문제다.
'일밤'은 MBC 주말예능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1988년 11월 첫 방송 이후 '몰래 카메라', '인생 극장', '이경규가 간다', '러브 하우스' '대단한 도전' 등 수많은 인기 코너를 만들어내며 일요 예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말 리얼 버라이어티의 득세에 힘을 잃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 결혼했어요'와 '세바퀴'가 단독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뒤에는 줄곧 한자리 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부진은 3년 넘게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뜨거운 형제들'과 '오늘을 즐겨라'를 동시에 폐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가수다'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호사다마였을까. 첫 방송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일반인이 아닌 기존 가수 대상 서바이벌이란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발목을 잡았다. 첫 탈락자로 선정된 김건모에게 원칙을 깨고 재도전을 허용한 것.
후폭풍은 거셌다. 불같은 반발 여론에 휩쓸려 프로그램의 산파 역할을 했던 김영희PD가 경질됐고, 김건모도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결국 최소 한 달의 결방을 피할 수 없었다.
'일밤'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MBC 관계자는 지난 24일 "새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려 5월 초쯤에나 새 방송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사이에는 기존의 ‘신입사원’과 함께, 태국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나 다른 특집이 대체방송된다.
'신입사원'이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에 부족하다는 점도 악재다. 아나운서 공개 채용이란 소재는 참신하지만,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재미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이란 거인과의 맞대결에선 더더욱 승산이 없다.
이는 시청률로도 드러났다. 6일 첫 회 당시 '나는 가수다'는 최고 분당 시청률 15.1%를 기록했다. 반면 '일밤' 최종시청률은 8.9%에 머물렀다. '나는 가수다'를 본 뒤 '1박2일'로 채널이 돌아갔던 셈이다.
'나는 가수다'가 재개됐을 때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기획의 원동력이었던 김영희PD의 공백은 커 보인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이후 가수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20년간 쌓아온 국민가수의 명성을 하루 만에 무너뜨리고, 극심한 부담감 속에 베테랑 가수들조차 눈물 흘리게 하는 프로그램 성격은 가수들 내에서조차 불만이다. '가수 줄세우기'란 비판도 여전하다.
복귀 초반에는 기존의 기대감과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가 더해져 인기를 끌 수도 있지만,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을 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세시봉 콘서트' '게릴라콘서트' 등을 연출했던 신정수 신임 PD가 얼마만큼 운영의 묘를 살릴지가 관건이다. ‘일밤’은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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